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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생활고에 맨홀뚜껑 슬쩍… 지나가던 행인 ‘날벼락’

입력 | 2014-10-30 03:00:00

부산 50대 맨홀에 빠져 큰 부상… 22곳 뚜껑 훔쳐 판 30대 검거




11일 오후 7시경 부산 강서구 죽림동 문모 씨(53·농업)는 상갓집에 가기 위해 한 벌밖에 없는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려고 소방도로를 걷던 문 씨는 오른발이 길 가장자리 구덩이에 먼저 빠지면서 순식간에 1.3m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찢어진 양복 틈으로 오른쪽 다리의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상처 부위가 드러났다. 왼쪽 발목은 움직일 수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문 씨는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고, 곧바로 병원에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다. 문 씨가 빠진 웅덩이는 손바닥 보듯 흔한 동네 길의 맨홀이었지만 뚜껑이 사라져 그만 그곳에 빠지고 만 것.

사고 현장을 둘러보던 경찰은 바로 인근의 맨홀 2곳의 뚜껑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이 일대를 조사했다. 반경 5km 이내에 가로 40cm, 세로 50cm, 무게 20kg에 이르는 철제 맨홀 뚜껑 22개가 띄엄띄엄 없어졌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먼 곳의 뚜껑만 없어졌다.

경찰은 주변 CCTV와 부산∼김해도로 차량 판독기로 범행 차량과 비슷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유자를 확인한 뒤 20여 일간 정밀 추적한 끝에 김모 씨(34)를 붙잡아 29일 입건했다. 또 맨홀 뚜껑을 사들인 안모 씨(57)도 입건했다. 11일 오전 1시 전후 1시간가량 강서구 일대에서 범행한 김 씨는 경찰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맨홀 뚜껑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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