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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 얻었죠”

입력 | 2014-10-31 06:55:00

2007년 걸그룹 멤버에서 연기자로 변신하면서 ‘발연기’라는 혹평을 받았던 황정음은 어느새 ‘믿고 보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그는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쁜’ 풀꽃 같은 연기자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 마친 황정음

조기 종영…자만했던 제 잘못이 크죠
그래도 안 무너지고 끝내 스스로 칭찬
잠시 숨 좀 고르고 이제부터 진짜 게임


자세히 보아야 그리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연기자 황정음(29·사진)도 그렇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황정음은 2007년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로 연기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땐 말도, 탈도 많았다. ‘발연기’라는 오명을 달고 살며 온갖 비난을 받더니 어느새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발판으로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비밀’까지 3연속 홈런을 쳤고,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을 통해서는 모험과도 같은 선 굵은 시대극을 이끌고 나갔다.

기대만큼 시청률(평균 9%)은 높지 않았지만, 황정음이라는 알토란을 놓치지 않은 것은 최대의 수확이었다.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지닌 채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나 다소 황당하게 비치는 스토리에 시청자는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드라마는 당초 40부작에서 37부작으로 조기 종영했다.

드라마 ‘끝없는 사랑’의 배우 황정음. 사진제공|SBS


황정음은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대본은 처음이었다. 다른 배우들도 못하겠다고 했다는데, 내가 괜히 도전해서 ‘욕먹을 필요가 있을까’ 순간 고민이 됐다. 반면에 ‘그렇다면 내가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오기도 생겼다. 하지만 자만이었다. 의욕에 불타서 처음엔 정말 열심히 했다. 점점 시청자의 기대가 없어지고 좋지 않은 반응을 보며, 의욕이 떨어지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열심히 안 했던 점을 반성했다.”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는 그는 “어찌됐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잘 왔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해 드라마 ‘비밀’을 통해 ‘황정음의 재발견’이라는 호평도 듣고,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사실. 그래도 그는 “언제부터 저에 대해 기대가 있었다고, 괜찮다”면서 “실패라고 인정하긴 싫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정음은 자신에게 야박한 편이다.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겠다.

“‘발연기’라는 말을 듣던 제가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한참을 더 배워야 하고, 냉혹할 정도의 ‘지적질’이 필요하다. 누구는 남의 이야기를 절대 듣지 않고 기분 나빠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다. ‘정음아,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저렇게 한 번 해봐’라고 해주면 더 잘할 수 있다.”

그는 이왕 연기를 시작했으니 “연기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물론 노력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도 좋지만 연기만큼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람을 발전하게 하는 것은 없단다.

“2009년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할 당시 통장 잔액이 400만원이었다. 그때는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점점 커진다. 머리 터지도록 고민해서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다. 끝까지 만족은 없겠지만, 부딪히고 넘어지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잠시 숨 좀 고르고 다시 시작할 거다.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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