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 토크콘서트서 ‘맨유 추락’을 말하다
“루이스 판 할은 맨유와 가장 잘 어울려”
수십년전 경기 정확히 기억해 놀라움도
26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최근 1년 만에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사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의 자서전 홍보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영국 런던의 왕립극장에서 열렸다. 당일 현장에서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3500장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참석한 모든 팬들은 자서전 한 권씩을 받았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퍼거슨과 절친한 샘 앨러다이스 웨스트햄 감독이 앞 줄 중앙에 자리했다. 퍼거슨은 무대로 오르자마자 앨러다이스를 가리키며 “샘! 주말에 운 좋았어! 맨체스터시티 이겨줘서 고마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웨스트햄은 25일(한국시간) 홈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를 2-1로 꺾었다.
2013년 5월 퍼거슨은 26년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며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에버턴 감독이던 데이비드 모예스를 직접 후계자로 꼽았다. 그러나 모예스는 2013∼2014시즌 부진을 거듭했고, 10개월 만에 경질됐다.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또한 리그를 7위로 마감해 2014∼201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다.
퍼거슨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추락’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모예스는 지금도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감독이다. 아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하진 못한다. 최고의 클럽을 짧은 기간이라도 이끌었던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왜 모예스는 성공하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내가 모예스에게 가장 처음으로 건넨 조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들과 함께 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감독들이 그렇듯 모예스도 에버턴에서 함께한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싶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스태프, 특히 마이크 필런 코치에게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부였다”며 모예스가 부임 당시 너무 빨리 코칭스태프 전반에 큰 변화를 준 사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현재 루이스 판 할 감독 체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퍼거슨은 판 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많은 부상자들로 인해 성적이 들쑥날쑥하다”며 “부상자들 때문에 판 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두 발짝 뒤로 걷는 느낌일 것이다. 특히 수비에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있어야 하는데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조니 에번스 등이 모두 부상으로 꾸준히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관객을 놀라게 한 명장의 기억력
팬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코너에선 ‘실제로 본 최고의 골은 무엇인가’에 1954년 글래스고 레인저스(스코틀랜드) 한 선수의 골을 꼽으며 상대 골키퍼의 이름까지 언급했는데, 이를 믿지 못한 진행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결과 경기 날짜까지 모두 정확했다.
수많은 명언 속에서도 퍼거슨이 던진 마지막 한마디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진행자가 “당신이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나에겐 후회란 없다. 항상 내일을 바라본다”고 답한 뒤 총총히 무대를 떠났다.
런던|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