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프런트와 선수들이 맞선 데 이어 이제는 프런트끼리의 ‘내전’으로까지 번졌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포츠동아DB
■ 선수들과 갈등 빚은 이문한 부장 사퇴 의사 접고 ‘최하진 사장 CCTV 사찰’ 폭로…프런트 내전
배단장·이부장 라인-최사장 대립구도 반증
CCTV 감시는 범죄…총체적 개혁 불가피
최고경영자 신 회장 결단에 구단 미래 달려
이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라.
● 이문한 운영부장은 왜 ‘내부고발’을 감행했을까?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알려진 바와 달리 사퇴 의사를 접었다.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부장은 30일 부산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야구선배로서 후배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장은 프런트와 선수단의 신뢰를 갈라놓은 씨앗이 된 5월 ‘선수단 호텔 CCTV 감시사건’에 관한 ‘진상’도 알렸다. 당시 이 부장과 권두조 수석코치의 2선 후퇴를 불러온 ‘CCTV 사건’의 지시자가 롯데구단 총책임자인 최하진 사장이라고 폭로했다.
스포츠동아는 지난 5월 ‘CCTV 감시’를 단독 보도했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 이 부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했던 출정식 때 최 사장이 ‘(원정 숙소에서 선수들 동선을) CCTV로 보겠다고 했다. 3월 시범경기를 할 때, 울산 롯데호텔이 선수들을 처음 받았는데 지배인에게 요구해 CCTV를 구해봤다. 나와 배재후 단장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만류했으나 최 사장이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권 수석이 CCTV 감시 ‘총대’를 멨다. 선수들의 심야 외출을 지적한 사람도 권 수석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처음에 권 수석과 이 부장을 CCTV 감시의 총괄 기획자라고 생각했다. 이 대목을 이 부장과 권 수석은 두고두고 억울해했다.
그러나 ‘지시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치더라도 두 사람의 연루 사실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 따라서 이 부장은 이 고발을 통해 얻을 것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최 사장의 ‘급소’를 폭로한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명예회복에 대한 이 부장의 의지가 강렬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배재후 단장, 이 부장의 프런트 주류라인과 신주류인 최 사장의 대립이 그동안 얼마나 첨예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CCTV 감시 사건은 범죄행위다. 이 부장의 내부고발이 나온 이상, 사실로 밝혀지면 최 사장은 도의적, 법률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 일에 대해 본지는 롯데 구단을 통해 최 사장에게 진위여부를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롯데 프런트 주요 포스트가 관련된 이상, 프런트 대개혁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롯데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신동빈 회장뿐이다. ‘롯데사태’는 더 이상 일개 야구단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이다. 팬들의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부산지역 여론도 악화일로다. 롯데그룹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 지경이 됐는데 선수들에게 ‘과거는 잊고 다시 해보자’는 식의 봉합은 또 다른 파국의 예고편일 뿐이다.
프런트의 대대적인 물갈이로 조직을 혁신하는 길 밖에 없다. ‘이대로는 수습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신 회장의 결단에 롯데의 미래가 달려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부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