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北흡수통일 가능성 낮지 않아 갑작스러운 통일, 비용부담 크지만… 인구이동 따른 사회문제 더 심각 독일식 흡수통일보다 北 과도정권에 자치권 주는 임시연방제가 부작용 줄일 대안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
남한에는 흡수통일이 아닌, 타협과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점진적 통일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길로 가게 되면 첫걸음은 남북 교류 증진이 되면서 북한에서 남한에 대한 지식이 팽창할 것이다. 북한 정부는 이렇게 되면 북한 내부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체제 위기를 가져올 점진적 통일을 개시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한반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좋든 싫든 통일은 오직 흡수통일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남한에서 이 유감스러운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위기에 대비한다는 것은 그 위기를 초래한다거나 환영하는 것과는 다르다.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와 기업 발전 수준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흡수통일 이후 생길 다양한 사회문제는 경제문제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흡수통일로 인해 남한으로 수많은 북한 주민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세끼 밥값만으로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북한 미숙련 노동자들이 몰려오면 남한 근로자와 서민한테는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반대로 남한 부동산 투기꾼들이 북한의 도시와 마을에 들이닥치고 부동산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북한 주민에게 무지무지하게 싼값으로 경지와 주택을 매입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1946년 북한 토지 개혁 때 몰수했던 토지의 반환을 요구하는 월남 지주의 후손들이 이북으로 가서 북한 농민한테 반감과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사회문제도 많을 것이다. 이론적 지식은 훌륭하지만 첨단 테크놀로지를 몰라서 취업할 수 없는 기술자나 의사 같은 북한 지식인들, 평생 살인 기술을 배운 인민군 출신들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남한 대기업과는 경쟁할 수 없는 북한의 토착 영세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흡수통일로 생길 크고 작은 부작용이 정말 많다.
이런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북한에서 혁명이나 어떤 내부 위기로 체제가 바뀔 경우 독일처럼 즉각적으로 흡수통일을 하는 것보다, 북한에서 생겨날 과도정권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을 광범위한 자치권을 가지는 지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10년이나 20년 동안 지속될 이러한 체제는 ‘임시연방제’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임시연방제의 대상은 김정은 정권이 아니라 그를 대체할 북한 정치 세력이다.
물론 임시연방제를 만병통치약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체제는 흡수통일이 야기할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법일 뿐이다. 그래도 통일과 같은 전례 없는 엄청난 도전을 덜 어렵게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 andreilankov@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