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름이나 집 호수를 비밀번호로 쓰시나요? 미래 목표나 즐거운 일을 비밀번호로 만들어 보세요. 혹시 아나요. 1만 번 반복해 쓰다 보면 현실이 될지.
그런데 이런 골칫덩어리 비밀번호로 자기 인생을 수렁에서 건진 남자가 있습니다. 에콰도르 출신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살고 있는 마우리시오 에스트레야 씨는 ‘비밀번호는 어떻게 내 삶을 바꿨나(How a password changed my life)’라는 글을 미디엄(www.medium.com)에 올렸습니다. 미디엄은 단문 중심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를 벗어나자는 취지로 만든 ‘긴 글 공유 SNS’입니다. 물론 이 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연인 즉 이렇습니다. 에스트레야 씨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1년 사내망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글자가 컴퓨터 모니터에 떴습니다. 그의 눈에는 화가 난 할아버지가 “네 우울증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사내망 비밀번호 규칙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가장 간절한 자기 소원을 담아 ‘Forgive@h3r’이라고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그녀를 용서하자(forgive her)’는 뜻이죠.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문을 외듯 이 비밀번호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이혼 후 점심도 늘 혼자 먹으며 외톨이를 자처하던 그의 마음가짐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Quit@smoking4ever(영원히 담배를 끊자), Save4trip@thailand(태국에 여행 갈 돈을 모으자), Sleep@before12(밤 12시 전에 자자), No@drinking2months(두 달 동안 술 마시지 말자), Get@c4t!(고양이를 사자), Facetime2mom@sunday(일요일에는 엄마하고 화상 통화 ‘페이스 타임’을 하자).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밀번호를 Ask@her4date(데이트를 신청하자)로 바꾸게 됐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 거죠. 이 비밀번호는 머잖아 Save4@ring(반지 살 돈을 모으자)으로 바뀌었습니다. 올 6월 결국 프러포즈에 성공하면서 그는 인생을 바꾸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됐습니다. 주문이 통한 거죠.
그런데 에스트레야 씨도 딱 하나 실패한 게 있는데 Eat2times@day(하루에 두 끼만 먹자)였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게다가 행복한 커플일수록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분은 영어로 썼지만 한글 비밀번호를 이런 식으로 치면 대소문자 구분은 별문제가 아닙니다. 문장부호를 넣으면 특수기호도 비밀번호에 넣을 수 있고요. 숫자도 큰 걸림돌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이 자기 인생에 걸고 싶은 주문이 있다면 비밀번호부터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생각해둔 게 있지만 비밀번호니까 지면에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4wnddpEhaksskdy!(나중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