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좌파의 ‘자사고 죽이기’ 정부는 언제까지 구경만 할 텐가

입력 | 2014-11-01 03:00:0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어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중앙고, 이화여대부속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지정취소 처분을 즉각 취소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고, 서울시내 24개(하나고 제외)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자사고 지정취소는 위법이므로 즉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교육현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학생 선발권 포기 의사를 밝힌 숭문고, 신일고에 대한 자율고 지정취소는 2년간 유예됐지만 선발권도 없는 자율고에 ‘자율’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죽이기’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이른바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출마한 그는 선거운동 때부터 자사고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일반고의 학력저하 문제는 과학고, 외국어고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추세 등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다. 그런데도 자사고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형적인 좌파의 진영논리다. 특히 조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단 5명 중 4명을 전교조 출신과 진보좌파로 채웠고, 평가기준에도 인근 일반고의 설문 결과를 넣는 등 공정하지 못한 방식을 썼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와 협의토록 하고 있는데 조 교육감은 지키지 못했다.

6개 자사고는 소송을 통해 자율고 지위를 되찾은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전력을 밟을 듯하다. 2010년 친(親)전교조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법정납입금과 경쟁심화를 이유로 이 학교들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으나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번에도 자사고의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 교육감은 2016학년도 입학전형부터는 자사고 추첨 선발을 추진하겠다며 자사고 고사(枯死)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자사고 입시설명회마다 “막차라도 타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몰릴 만큼 더 좋은 교육에 대한 수요는 엄연히 존재한다. 취임 넉 달밖에 안 된 조 교육감이 멋대로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다. 4년 임기의 교육감이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을 뒤흔드는 것을 정부는 구경만 하고 있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