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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9년간 16개국 243번 오간 ‘해외 장돌뱅이’ “여행 가면 무조건 기록… 그게 장사 밑천”

입력 | 2014-11-01 03:00:00

청년무역상 황동명의 ‘나는 세계 어디서나…”




이탈리아 피렌체 가죽시장에서 현지 주인과 계약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황동명 씨(오른쪽). 그는 이 주인과 지금도 거래를 하고 있다. 황동명 씨 제공

2006년 당시 부산에 살던 대학 3학년 황동명 씨(32)는 친구들과 함께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러 오사카행 배를 탔다. 앞으로 뭘 하고 살지 고민 중이던 그의 눈에 할머니 보따리상이 들어왔다. 할머니들은 한국산 김 등을 이민용 가방에 담아 일본에 팔러가는 길이었다. 그는 “학자금 대출 이자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흔한 스펙을 쌓을 시간도 없었는데 ‘이거다’ 싶어 학교를 바로 관두고 소호무역에 뛰어 들었다”고 했다.

황 씨는 9년간 16개국을 243번이나 오갔다. 한 해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며 운동화 가방 가죽제품 문구류 명품 등 한국에서 잘 팔릴 것 같은 것을 사서 팔았다. 2012년 창고에 불이 나 빈털터리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그간 쌓은 경험으로 다시 일어나 올해 작은 무역회사도 설립했다. 이런 경험을 담은 소호무역 여행기 ‘나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장사를 한다’(행간)를 펴냈다. 이미 ‘나는 최고의 일본 무역상이다’(2011년) 등 3권을 출간한 바 있다. 일본 출국을 앞두고 바쁜 그를 29일 전화로 만났다.

―각 나라 상인을 만나 보니 특징이 있던가.

“유럽 상인은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내가 물건을 사는 갑인데도 을처럼 물건을 팔라고 애걸복걸할 때도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처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우지 않지만 보따리상에겐 비싸게 부르기 때문에 가격 흥정을 세게 해야 한다. 중국 상인들은 콧대가 갈수록 높아진다. 자존심을 세워주지 않으면 복수한다. 동남아시아 상인은 보양식 등을 흥청망청 사는 한국인을 먹잇감처럼 생각하더라.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호무역 여행기지만 낭만보다 정보 위주다.

“한 국가를 방문하면 사진 500∼600장을 찍는다. 일일이 메모할 시간이 부족하니 계산기에 숫자를 입력하고 물건과 함께 찍어둔다. 그리고 밤에는 낮에 찍은 사진을 보고 글로 꼭 적어둔다. 창업이든 무역이든 초보자에게 꼭 말한다. ‘무조건 기록으로 남겨라’.”

―당신에겐 책 쓰는 시간에 물건을 하나 더 파는 게 이익 아닌가.

“사업 시작 후 다시 대학에서 경영학과 무역학을 공부했는데 수업이 늘 이론 중심이다. 20대들이 이론만 배우니까 학교에만 갇혀서 나올 엄두를 못 낸다. 해외여행에서 돈을 쓰고만 오지 말고 외국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아이템도 찾아보란 거다. 책을 쓰면서 경험과 이론을 함께 전하는 교수가 되려는 꿈도 키우고 있다.”

―물건처럼 책도 잘 팔릴 것 같나.

“무일푼에서 시작한 경험담을 20대의 눈높이에 맞춰 여행기 형식으로 쉽게 썼으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