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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처럼 청결 관리… 갓 찧은 쌀로 밥맛 극대화”

입력 | 2014-11-03 03:00:00

국내 ‘즉석밥’ 70% 점유 CJ제일제당 부산공장 가보니




CJ제일제당 부산공장의 ‘햇반’ 제조공정 모습. 제품에 미세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은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처럼 방진복을 입는다. 부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1996년 12월 상품을 처음 내놓았을 때 일부 회사 직원들조차 “누가 사먹겠느냐”며 혀를 찼다. 과거 생수를 사먹는 게 낯설게 느껴졌던 것처럼 소비자들이 과연 맨밥을 슈퍼에서 사다 먹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18년이 지난 지금 이 상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부엌마다 몇 개씩 쌓아놓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20년 가까이 국내 즉석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햇반’ 얘기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 CJ제일제당 부산공장. 햇반 생산라인을 안내하는 생산2팀 사원 심진욱 씨는 생산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유리 통로에 들어선 기자들에게 “반도체 생산 공장 이상으로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러 개의 투명 보호막이 생산라인을 감싸고 있었다. 천장 곳곳에는 미세먼지의 침입을 막는 헤파필터를 갖춘 환기구도 달려 있었다. 심 씨는 “미생물은 대개 먼지를 타고 이동하는데 쌀에 미생물이 들어가면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먼지 유입을 집중적으로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당일 도정한 쌀을 씻고 불린 뒤 개별 용기에 담아 수증기와 물을 추가하면 생산 준비가 끝난다. 쌀을 씻을 때는 기계를 써서 손으로 문지르듯 세 번 씻어낸다.

이 용기를 압력밥솥처럼 140도, 3기압을 유지하는 공간 안에 넣어 30∼35분이 지나면 갓 지은 밥이 완성된다. 이후 질소 충전, 뜸 들이기, 냉각 등의 공정을 거치면 슈퍼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햇반이 된다. 이창용 부산공장장은 “두 번에 걸쳐 뚜껑을 밀봉하고 20도의 물로 15분간 용기를 식혀주는 냉각 과정을 통해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유통 과정에서 9개월가량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부산공장에 설치한 햇반 제조라인은 모두 7개. 시간당 10t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누적 생산량(9월 말 현재)은 11억 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2013년)은 67.2kg이다. 햇반이 처음 세상에 나온 1996년(104.9kg)보다 35.9% 줄어들었다. 반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매년 커져 지난해 1676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햇반은 지난해 매출 1079억 원으로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맞벌이나 1, 2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하게 밥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즉석밥을 찾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종류도 흰쌀밥 위주에서 잡곡밥이나 건강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기능성 즉석밥’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달 출시된 ‘큰눈영양쌀밥’이 대표적. 박찬호 식품마케팅담당 상무는 “즉석밥 시장은 향후 10년 내에 1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건강곡물 등을 넣은 신제품을 통해 2025년까지 햇반 매출을 1조 원 규모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