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흐림.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130 Led Zeppelin ‘Stairway to Heaven(Sunset Sound Mix)’(2014년)
영국 록 밴드 레드 제플린과 새로 출시된 앨범 표지(아래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철학 서적이나 종교 의식에 쓰는 구절이 아니다. 미국의 여러 기타 가게 벽에 걸려 있는 문구다. 기타를 사러 온 손님마다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시험용으로 쳐대니 신물이 난 사장이 ‘이 곡만은 제발 치지 말아 달라’며 붙여둔 거다. 이 노랜 길이도 8분 2초나 된다.
‘라도미라 시미도시 도미도도 파#레라파#….’ 기타 줄 사이를 계단처럼 오르내리는 이 슬픈 도입부 분산화음을 나도 스무 살 때부터 600번은 연주해 본 것 같다. ‘반짝이는 건 다 금이라고 믿은 여인이 있었지.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 했어’라고 읊조리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 곡은 록 음악사의 금자탑이다. 이게 담긴 레드 제플린 4집(1971년)이 5집(1973년)과 함께 밴드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직접 음질을 보정한 새 버전으로 지난달 28일 세계에 동시 발매됐다. 가수 신해철이 작고한 다음 날이다.
고인의 시신이 막다른 길에서 부검을 위해 ‘유턴’해 돌아온 지금, 이 노랜 예전과 달리 들린다. 대학 시절,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도입부로 시작해 천둥처럼 몰아치는 후반부에 이르는 8분 2초는 가끔 1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굽이진 머나먼 길처럼.
가끔 낯선 길에서 계단을 만난다. 그 모퉁이를 돌기 전까지 그저 겁 없이 걷고 또 걸어야만 한다. 바탕화면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 없음’이라 적어 놓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