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성 발목 통증
이경태 원장이 기자의 발목 이곳저곳을 눌러보며 통증이 있는지 진단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기자의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인대가 느슨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당시 대부분의 군인이 그렇듯이 이 정도 부상은 일도 아니었다. 의무실에서는 바르는 소염제와 파스 정도로 치료를 마무리했다. 며칠간 통증이 남아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불굴의 정신으로 고통도 이겨내야 하는 군대인 것을…. 다행히 부대 밖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 고통은 덜해졌다.
○ 부상 방치하면 관절염 올 수도
먼저 이 원장의 문진이 시작됐다. 20년 전 다친 과정과 현재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발목의 여러 부위를 눌러보며 고통이 있는지를 물었다. 복숭아뼈 바로 아래를 누르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왔다.
X선 검사가 이어졌다. 발목을 좌우로 비틀어 발목 인대의 손상 여부를 보는 검사였다. 검사 결과 인대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밀검사인 초음파검사에서 인대 손상이 나타났다. 손상 정도는 1∼3단계 중 3단계를 가장 중증이라고 했을 때, 2단계에 해당했다.
이 원장이 내린 진단명은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과 ‘장무지굴건염’이었다. 정상인 경우 인대가 발과 발목을 견고하게 연결해 주지만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은 인대가 늘어나 발과 발목이 느슨하게 이어진 상태다. 운동선수에게 족관절 불안정성이 생기면 급회전, 급제동, 점프 등의 순간에 발목 이상을 느낀다.
여기에 2차적으로 엄지발가락을 펴고 구부리는 데 사용하는 힘줄인 장무지굴건에도 염증이 생겼다. 이 염증의 증상은 대개 뒤쪽 바깥 발목이 답답하거나 아프다. 마치 아킬레스힘줄이 아픈 것처럼 말이다. 방치하면 복숭아뼈 바로 아래가 붓고 누르면 아프다. 엄지발가락을 많이 쓰는 발레리나에게 흔한 병이다.
○ 발목 보호대로 예방, 얼음찜질로 치료
이경태 원장이 고주파 초음파를 통해 발목을 치료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재발 방지를 위해 다친 부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엄지발가락을 땅에 대고 힘껏 밀어내고, 발 바깥쪽을 벽에 대고 밀어내는 운동을 통해 발의 주요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2주 뒤에 병원을 찾았을 때 상태가 호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충격파 치료를 받고 얼음 마사지와 근육 강화 운동을 계속하라는 처방도 받았다. 발목이 완전한 상태로 다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6주 뒤 줄넘기 100회를 했을 때 발목에 통증이 없어야 한다.
축구를 할 때 유의 사항도 전했다. 일반인은 직업 선수보다 진행 시간을 짧게, 운동장의 규격은 작게 해야 하며, 유소년은 성인보다 작은 공을 사용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발목을 접질린 뒤 3∼4일이 지나도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거나, 다친 쪽 발로만 서 있기가 힘들거나, 부상 뒤 곧바로 많이 부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주치의 한마디]발목 삔 10명중 3명 후유증… 6주이상 아플땐 정밀진단을 ▼
이경태·이경태정형외과 원장
발목 손상은 의외로 많은 후유증을 동반하는 질환이고 초기에 정확한 발목 고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을 삔 후 6주 이상 잘 낫지 않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