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두꺼운 독자층을 가진 그가 자국 사람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는 점이 반갑다. 일본 내부에서 과거사에 대한 기억과 속죄를 촉구한 문인으로 오에 겐자부로를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26년 만에 일본에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가다. 그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질타했다. 올 7월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헌법에 대한 경외심을 갖지 않는 드문 인간”이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물론 이들과 대척점에 선 일본 작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대표적이다. 얼마 전 일본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는 네덜란드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며 “급히 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인 위안부와 관련해선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