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가 사고나 병으로 스케줄을 취소하는 일은 흔합니다. 콘서트 지휘자나 오페라 출연자인 경우 대부분 대타를 수소문해서 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공연을 기다리던 팬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이 덕에 깜짝 스타로 떠오른 음악가도 많습니다.
1886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준비하던 공연팀은 무능한 지휘자가 단원들의 반발로 지휘대를 떠나는 비상사태를 겪었습니다. 첼로 파트 단원으로 합창 연습을 이끌던 19세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대에 올랐고, 공연은 대성공으로 끝났습니다. 그가 악보의 모든 파트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토스카니니의 기적’과 닮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악단의 더블베이스 주자였던 33세의 마이클 프랜시스(사진)가 지휘대에 투입돼 연주를 성공으로 이끈 것입니다. 프랜시스는 한 달 뒤 역시 런던 심포니 공연에서 작곡가 겸 지휘자 존 애덤스가 신작 지휘를 펑크내자 다시 투입됐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제 프랜시스는 ‘대타’가 아니라 차세대 명장으로 평가받으며 내년 미국 플로리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 예정입니다. 그가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합니다. 멘델스존 교향곡 3번과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이 협연하는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1번 등을 무대에 올립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