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전역한 신현돈 전 육군 1군사령관(대장)의 음주 사건이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자신의 ‘만취 추태’와 ‘근무지 무단이탈’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을 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그가 올해 6월 19일 모교 강연 뒤 술을 마시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수행원의 과도한 경호가 있기는 했으나 민간인과 신체 접촉이나 실랑이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언론이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 결과를 보도하자 어제 정정 보도 청구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신 전 사령관이 만취 상태로 전투화를 대충 신은 채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을 갔다’는 애초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원하는 ‘사실 정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신 전 사령관 개인에 대한 동정심에서 적당히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순방으로 대비태세 강화 지침이 내려진 상태에서 군 사령관이 위수 지역을 벗어나 과도한 음주를 한 것은 심각한 군기 문란이다. 권오성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할 정도였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권 총장이 “즉시 현장을 이탈해 복귀하시오”라고 불쾌한 어조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은 지금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그제 저녁 “신 전 사령관이 근무지를 떠나 과도한 음주를 한 것은 추한 행동이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당일 오전 국방부 대변인이 “음주는 했으나 추태는 없었다”고 했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추태는 없었다”는 발언이 나온 뒤 박 대통령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4성 장군을 전역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장관이 정말 이번 사건을 심각하다고 봤다면 감사관실 조사 결과를 거의 한 달이나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 파문을 방치하면 국방부와 군 수뇌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져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군 문제에서 최고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경위와 처리 과정을 있는 그대로 명백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