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시켰으나 어떻게 살 것인가 외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진 것도 사실이다. 말기 암 환자가 가족이었던 사람들은 암 환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지 알고 있다. 고통이 증가함에 따라 모르핀 투여량은 늘어나고 환자는 비몽사몽 상태가 돼 지내다 어느 순간 인사불성이 되고 결국 마지막 남은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다. 이런 환자의 모습을 봤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한 번쯤 생각해볼 것이다.
▷미국 여성 브리타니 메이너드(29)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고한 날에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메이너드는 증인 입회하에 수차례 안락사에 동의하고 복수의 의사 진단을 받아 극약을 처방받았다. 그는 ‘버킷 리스트’대로 그랜드캐니언 여행을 다녀온 뒤 잠시 상태가 호전돼 죽음을 연기할 생각도 있었으나 병세가 악화되자 예정대로 결행했다.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죽음을 결심할 때, 또 침대에서 약을 삼키려 할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