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새내기 사원 이명지 씨는 취업문을 뚫는데 책읽기가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1년동안 휴학을 하며 읽은 책이 100권에 가깝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휴학한 어느 날 그는 서점을 찾았다. 우연찮게 최인훈의 '광장'을 만났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명준은 남과 북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제3의 길을 택했다'는 줄거리가 인상이 깊던 터라 반가웠다. 책을 집어 들고는 서점에서 네댓 시간 만에 책을 읽어냈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감동받은 문학책이라고 했다. 비문학 서적으로는 인문학을 전공한 친구가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좋아한다.
그는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고 1년간 책만 읽었다. 특정분야를 고집하지 않고 100권 가까이 두루 읽어냈다. 그러자 어떤 직업을 택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는 듯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미래의 직업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고민거리였다. 고교시절 화학을 못하던 그가 석 달 정도의 집중 공부로 화학을 궤도에 올려놓고는 대학 전공도 화학공학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게 내게 맞는 길인가'는 자신이 없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야 쉬울 것 같았다. 어느 하루,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적었다. 일종의 버킷리스트라고나 할까. 10여 개가 됐다.
그중 하나. 동아리 회장을 꼭 하고 싶었다. 통기타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1년에 2번 공연을 할 때마다 출연해 한 곡씩 노래를 불렀다.
봉사활동도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연세대 공대생이 주축인 '글로벌엔지니어링'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의 빈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12년 3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16명이 같이 갔다. 그곳 초등학생들에게 과학과 수학, 체육을 가르쳤다. 또 더러운 물을 먹고 사는 그들을 위해 양동이와 필터 등으로 초보 정수기를 만들었을 때 주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봉사하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도 느꼈다.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있어 '아시아네트워크'라는 데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 장애우들의 방과 후 활동 보조 봉사를 하기도 했다.
그의 호기심은 다양했다. 디자인도 관심분야였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의사소통수단이란 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서울시내 대학 연합 동아리인 DEMA(Design Engineering Marketing Anthropology)에 가입했다. 다른 대학의 여러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디자인에 관해 소통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 재미가 붙어 주류박람회나 카페박람회, 출판박람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독서토론회를 만든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마음 맞는 4명이 모였다. 장르는 한국현대소설에 국한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고 1년 휴학을 결정했다.
1년간을 고민한 결과 그는 화공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임을 깨닫게 됐다. 비로소 열역학, 열전달, 물질전달 등 전공과목들이 가슴에 확 다가왔다. 열 코일이 깔린 아스팔트 노면 위에 눈이 왔을 때 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녹을지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드는 것도 해보았고, 석유나 가스를 관이나 통으로 흘려보낼 때 어느 정도의 압력으로 보내야 하는 것인지도 열심히 계산했다.
GS건설 이명지 사원은 여태까지 배우고 익히기만 했는데 이제는 풀어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4학년이 되면서 취업 분야를 정했다. 공정설계나 기계설계가 목표였다. 특히 설계에 강한 회사로 GS건설을 선택했다. 교육에 많이 투자한다는 선배의 말도 GS건설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역시 자기소개서였다. 대학시절의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100대 리스트로 적어 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그는 여러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데 노력했다.
그러고는 올해 6월 중순 기계설계 분야로 합격했다. 그는 책읽기가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굳게 믿고 있다. "면접시험 때 면접관이 책을 읽기 위해 휴학했다는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7월 1일 입사 뒤 용인연수원에서 합숙훈련을, 서울시내 경복궁 근처 '남촌리더십 센터'에서 실무 연수를 받았다.
지금은 OJT(On the Job Training) 기간. 그는 요즘 멘토로부터 일을 배우는 것에 푹 빠져있다. 어려서부터 그려오던 직장이라는 공간에 있는 게 좋고, 자신이 직장인이라는 게 믿기질 않았다. 그는 "그동안 배우고 익혀오면서 어느 정도 쌓아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밖으로 꺼내 유용하게 쓸 일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화공 관련 공장을 지어보는 것이다. 그는 그 일이 혼자서는 안 되고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게 됐다. 입사 4개월 만의 그에게서 어엿한 회사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정연택 GS건설 인사관리팀장 인터뷰▼
―이명지 사원을 뽑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어떤 점을 높이 산 것인지.
"그는 우리 회사의 인재상(변화를 선도하고 최고를 지향하며 신뢰받는 인재)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회사와 본인이 지원한 직무인 기계설계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우수해 입사 후 성장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때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질문에 대한 핵심을 잘 파악한 점도 이명지 사원의 큰 강점이었다."
―GS건설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GS건설이 채용, 즉 서류전형이나 면접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우리 회사를 움직이는 핵심 원동력이자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사람이다. 따라서 채용과정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보다 명확하다. 바로 '변화를 선도하고 최고를 지향하며 신뢰받는 인재'이며 이는 당사의 3대 핵심가치인 변화, 최고, 신뢰를 추구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 서류와 면접 전형에서는 인재상 부합여부와 더불어 건설&플랜트업에 대한 관심 및 이해도, 업무 수행을 위한 전공지식, 글로벌 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기본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지 않거나, 건설&플랜트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전형을 통과할 수 없다."
―올해 GS건설의 인재선발 키워드가 있다면…. 상반기 인재는 어떤 과정을 통해 뽑았는지. 올해 하반기 선발방식은….
"당사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이공계 중심의 인력을 채용하되, 올바른 역사관에 대한 검증도 반영한다.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글로벌(Global), 역사관(a view of the history), 이공계(Engineering)라고 할 수 있다.
상반기 채용은 서류전형-인성 적성검사-실무면접-임원면접으로 진행했다. 이 중에서도 우리 회사의 1차 실무면접은 철저하게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한다. 지원자들의 성명, 출신교 등 배경자료 일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으며 면접당일 전공 프레젠테이션, 면접 및 토론면접 점수만을 근거로 100%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 스펙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해 지원자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우리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 전형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