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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엿보기] 이정철 감독 ‘벌금 30만원’ 왜?

입력 | 2014-11-06 06:40:00

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심판에 “루크 백어택라인 침범” 항의
상벌위 “폭언으로 보기 어렵다” 결론

새 심판위원장 체제 후 현장과 단절
권한 강해진 심판, 팀 위한 배려 필요

IBK기업은행 이정철(사진) 감독이 지난 3일 상벌위원회에 참석했다. 시즌 개막 이후 첫 번째 열린 상벌위원회다.

10월26일 흥국생명전이 끝난 뒤 폭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 감독과 IBK 측에서는 반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징계 및 징계금 반칙금 부과기준에 따르면 ‘관중 연맹 심판 또는 경기운영요원에 대한 폭언·불손행위’의 경우 3경기 출전정지와 징계금 100만∼3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상벌위원회에서는 30만원의 징계금과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정철 감독의 폭언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26일 3세트 매치포인트 상태에서 흥국생명 루크의 백어택으로 경기가 끝났다. 이때 루크가 백어택 라인을 침범했는데(기업은행의 주장) 주심이 이를 무시하고 경기를 끝냈다는 것이다. 연맹은 백어택라인 침범이 화면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전문위원석에 와서 항의했다. 이때 경기를 마친 주심이 와서 말을 주고받는 과정(심판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와 관련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에서 “심판이 왜이래. 심판이 무슨 권력이냐. 두고 보자”라고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발언은 당시 중계방송 화면을 타고 안방에 전달됐다. 이것을 폭언으로 보느냐 아니냐가 상벌위원회 결정의 중요한 판단자료였다. 상벌위원회는 “이 감독의 발언이 흥분한 상황에서 과도하기는 했지만 폭언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해프닝이지만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이번 일은 현장 감독과 심판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감이 만들어낸 사건이다. 김건태 신임 심판위원장 체제 이후 심판은 현장과 벽을 쌓고 있다. 이전에는 경계가 너무 허물어져서 문제였다. 심판과 감독 혹은 구단이 시즌 도중에 사적으로 만나는 일도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판정의 불신이 높아졌다. 몇 차례 특정 상황에서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새 심판위원장은 이를 원천적으로 막았다. 긴장감이 생긴 이유다. 다양한 제도개혁을 통해 심판들이 보다 확실한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 합의판정을 없애고 비디오판정을 보완하면서 심판의 권한이 더 많아졌다. 대신 책임도 확실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심판의 결정이 중요해질수록 판정은 정확해야 하고 간혹 억울한 일을 당한 팀과 감독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다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심판은 경기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관리자인데 지금은 원활한 운영보다는 강력한 집행에 초점을 맞춘다고 감독들은 본다. 그래서 나온 발언이 ‘권력’이고 (심판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였다.

감독들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는 억울한 감독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아량을 보여 달라고 주장한다. 판정은 정확해야 하지만 경기를 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 인간인 이상 단호하게 대처하고 시끄럽게 굴면 징계한다는 식의 대응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달라는 요구가 이번 사건 뒤에 깔려 있다. 배려와 존중. 그리고 권한에 따른 책임이 이번 사건의 키워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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