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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순천 에코길… 김해 가락길… ‘팔색조’ 남도순례길

입력 | 2014-11-06 03:00:00

경전선 폐선부지 계획 구체화… 8개시군, 2015년 상반기 착수 추진




경전선(慶全線)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광주 광산구 송정역에 이르는 길이 300.6km의 철도다. 영호남을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망으로 1905년부터 1968년까지 4개 구간이 차례로 개통됐다. 경남 진주에서 전남 순천까지는 2015년 말 완공 예정으로 복선화 사업이 진행 중이고 복선으로 개통된 경남 구간은 이미 폐선됐다. 삼랑진에서 순천까지 168.97km에 이르는 경전선 폐선 부지를 ‘동서통합 남도순례길’로 조성하는 계획이 구체화하고 있다. 폐선 부지가 있는 전남과 경남 8개 시군이 부지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국토교통부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남도순례길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 동서화합의 꿈을 담는다

남도순례길은 경전선이 단선 철도에서 복선화하는 과정에서 폐선됐거나 폐선 예정인 전남 순천 광양, 경남 하동 사천 진주 함안 창원 김해를 지나는 168.97km 구간을 되살리는 사업이다. 영호남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양 지역의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주자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8개 자치단체와 영호남 5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2년 10월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공동추진위원회’(상임공동대표 허정도 강용재)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지난해 5월 첫 협의회를 개최했고 같은 해 10월 국민대통합위원회에 “경전선 폐선 구간을 자치단체가 제각각 개발하지 말고 생태·레저·관광·문화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해 세계적 명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도심에는 ‘뉴욕 하이라인(뉴욕시가 폐고가도로에 만든 도심 공원)’처럼 녹지대를 조성하고 외관은 미국의 ‘레일 투 트레일(폐선을 이용한 오솔길)’ 형태의 친환경 길을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진주시청에서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조성 영호남 민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추진위는 국토부가 시범사업 선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등 타당성 검토에 나서자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용재 광양경전선푸른길운동본부 대표(64)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 국유지 매입비를 줄이고 종합적인 개발 전략도 수립해 세계적인 명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특색 살린 순례길

8개 시군은 지난달 진주시에서 협의회를 열고 자치단체별 부지 활용 방안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들 시군은 남도순례길 조성사업이 국가계획으로 반영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사업에 착수해 2018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남도순례길은 지역별 특색을 살린 길로 조성된다. 순천시는 폐선 부지를 국내 대표 갈대 명소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순천만과 어울리는 ‘에코길’로, 광양시는 영호남을 이어주는 섬진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들길’로 조성하기로 했다. 가락국(금관가야)의 역사가 남아 있는 김해시는 산책길, 공원 등을 갖춘 ‘가락(금관)길’로 꾸미고 폐역사인 진영역은 철도 역사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하동군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된 평사리 문화권으로 이어지는 ‘오감길’을 만든다. 자연환경을 살린 사천시의 ‘마실길’, 남강과 촉석루 등 자연과 역사의 조화를 부각한 진주시의 ‘참 이야기길’, 아라가야의 문화가 녹아 있는 함안군의 ‘아라길’, 창원시의 ‘청빛길’도 각각의 특색에 맞게 재단장한다.

영호남 국회의원들도 남도순례길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8개 시군 지역구 의원 11명은 10일 오후 2시 국회 헌정회관 대강당에서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조성 세미나’를 주최한다. 전남대 오재일 교수가 ‘동서통합 및 소통의 장’을, 경상대 최만진 교수가 ‘경전선 폐선 부지의 지역적 역사적 가치 보존’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후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