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운 ‘반기문 공식해명’]논란 잠재울 내용 빠진 e메일 성명 대변인 아닌 한국대표부가 배포… 주변 “복잡 미묘한 속마음 반영” 대선후보 영입說 불씨 안 꺼져… 일각 “임무 성과 내는게 선거운동”
발음 실수 재치있게 넘어간 반 총장 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 도중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했다. 반 총장은 실수를 지적받자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며 재치 있게 넘어갔다. 이후 반 총장은 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고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유엔 사무총장 트위터
4일 정오경(현지 시간)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뉴욕 특파원단에 배포된 e메일 성명은 반 총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잠재울 만한 분명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이날 성명 발표 직전 기자가 반 총장 측근에게 “국민은 반 총장의 진의를 궁금해한다”고 하자 그는 “발표될 성명을 보면 분명히 진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명에는 가장 궁금해하는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빠져 있다.
성명은 그동안 사무총장 대변인실을 통해 밝혀왔던 “앞으로도 (남은 임기 동안) 유엔 사무총장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 태도를 재확인했다. 2017년 대선 출마 또는 불출마 언급은 없었다. 반 총장을 잘 아는 유엔 소식통들은 “성명 발표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며 “반 총장은 스스로 ‘나는 정치에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정치를) 안 한다’고 말했다가 혹시 식언(食言)하는 상황이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반 총장이 한국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은 유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 미국 기자는 최근 유엔 대변인실 일일브리핑 때 공개적으로 “반 총장의 한국 대선 도전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고 묻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때도 대변인실은 “사무총장의 직무에 충실할 뿐”이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유엔 안팎에서는 “유엔 사무총장 임무에 충실해 성과를 내는 것만큼 확실한 선거 운동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반 총장의 임기가 2016년 말에 끝나고 그 다음 해에 한국 대선이 있는 만큼 명백한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는 한 사무총장 활동과 대선 출마 연관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차단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 유엔 관계자는 “유엔 사무총장은 ‘영원한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된다”며 “반 총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나 전격 방북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대선 후보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