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때 찾아가 머리 손질 받아 “네게 홈런 치겠다” 공언이 현실로
프로야구 넥센 투수 소사(29)는 아무래도 이제 이발사 노릇은 그만해야 할 것 같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소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나라 출신 삼성 나바로(27)의 머리를 깎아주곤 했다. 소사는 “고향에서는 친구들끼리 머리를 깎아주는 게 흔한 일”이라며 “나바로는 특히 내가 깎아주는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둘은 2009년 도미니카공화국 리그에서 뛰면서 알게 된 ‘절친’이다.
‘소사 이발소’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4일 대구구장에서도 문을 열었다. 나바로가 직접 이발기를 들고 와 소사에게 머리 손질을 부탁한 것. 20여 분간의 머리 손질을 끝낸 뒤 소사는 “친하지만 경기에서는 봐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바로는 “네게 홈런을 칠 것”이라고 받아쳤다.
나바로가 소사의 뒤통수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바로는 8월 10일 목동 방문 경기 때도 소사에게 머리 손질을 부탁했고, 이튿날 선발로 나선 소사를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경기에서도 삼성이 7-6으로 승리했다.
그렇다고 이발을 해주는 대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나바로의 어머니는 얼마 전까지 대구에서 아들과 함께 지냈다. 소사가 대구를 찾을 때면 나바로는 어머니가 만든 도미니카공화국식 볶음밥으로 도시락을 싸왔다. 소사는 “한국에서 알게 된 굴비 맛도 좋지만 이 도시락은 영혼까지 팔아도 좋은 고향 맛”이라고 평했다.
대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