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시인
‘이달에 만나는 시’ 11월 추천작은 강정 시인(43)의 ‘음파(音波)’다. 1992년 ‘현대시세계’에서 등단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귀신’(문학동네)에 실렸다. 추천에는 김요일 신용목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시집은 강 시인을 ‘시 쓰는 남자.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가끔 연극 무대에 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어수선할 때, 꼭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상한 소리들이 막 들렸다. 밴드 연주를 하기 전에 윙윙대는 전자 사운드가 있는데 세상이 그런 느낌으로 왔다”고 했다.
이원 시인은 “시인이 된 지 22년, 다섯 번째 시집에 이르러, 몸 있는 것과 몸 없는 것, 여자와 남자, 생물과 무생물, 그것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정의 ‘우주극장’이 만들어졌다. ‘흑막’에서 포획한 ‘빛’의 언어라는 데 강정 시의 탁월함이 있다”고 추천했다.
신용목 시인은 “언어로부터 도륙당한 정신이 버려진 육체 속으로 들어가 힘겹게 삶을 바라보는 시집”이라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한국시인협회장인 문정희 시집 ‘응’(민음사)을 추천했다. “칼날을 맨손으로 잡은 채 정면의 언어로 시와 마주했다. 시편마다 벗겨진 허물이 남겨져 있을 만큼 새롭고 독자적이다. 육체와 생명과 우주를 넘나드는 시의 발효는 ‘응’이라는 단 한 글자로 응축하기에는 너무 격렬하고, 눈부시고, 뜨겁다.”
이건청 시인은 김형영 시집 ‘땅을 여는 꽃들’(문학과지성사)을 추천하면서 “정통 서정의 미적 균형이 어떻게 시적 긴장에 닿는 것이고, 너른 공명을 획득하는가를 알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으로 하강해 가면서 삶의 궁극을 이루는 사물들을 세밀하게 발견해내고 있으며, 그것들을 형이상적 깊이와 품격을 지닌 구조 속에 담아낸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