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함의 상징인 GS칼텍스 한송이가 V리그 11시즌 만에 통산 3500득점을 달성했다. 30세에 접어든 한송이는 팀의 필요에 따라 센터로 변신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대전|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황연주 이어 역대 2위 개인통산 3500득점 ‘슈퍼스타’
넓은 시야·리딩 능력으로 두려워할 만한 블로킹 갖춰
사이드에서 공격 가능해 차별화된 신개념 센터로 변신
프로배구 GS칼텍스의 한송이가 5일 도로공사와의 1라운드에서 통산 3500득점을 달성했다. 황연주(현대건설)에 이어 2번째다. 한송이는 10월27일 인삼공사전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5득점으로 역대통산 공격 3000득점에 도달했다. 역시 황연주에 이은 2번째. 하지만 팀이 0-3으로 지는 바람에 대기록을 세웠다고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5일 경기는 달랐다. 마침내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득점은 팀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왔다. 이전까지 3491득점을 기록 중이던 한송이는 센터로 출전해 대망의 3500득점을 했다. 경기 전 “코트에서 공주보다는 용맹스런 여전사가 되라”고 당부를 했던 이선구 감독의 표정도 모처럼 밝아졌다,
● 한송이의 놀라운 지속성 그리고 헌신
● 이제는 다른 길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한송이
올해 30세. 이제 선수로서 절정기는 넘어섰다. 이선구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변신을 주문했다. 리시브 부담이 적은 라이트로 포지션을 옮기라고 했다. 시즌 도중에 자리를 옮겼지만 새로운 위치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울면서 감독에 하소연 했고 시즌 막판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한번의 변신을 기획했다. 이번에는 센터였다. 정대영의 FA 이적으로 센터에 공백이 생겼다. 한송이의 센터 전환은 플랜B였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통해 센터 변신 가능성을 확인했다. 라이트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블로킹으로 대표팀의 금메달에 큰 역할을 했다.
대표팀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왔지만 팀은 곤두박질쳤다. 이선구 감독은 위기상황을 직감하고 한송이의 센터변신을 결정했다. 5일 경기가 3번째 센터출전이었다. 이동공격과 속공 등은 어색하지만 희망은 보였다. 갈수록 센터에서 활약범위가 많아졌다. 넓은 시야와 오랜 구력에서 오는 리딩 능력과 큰 키를 이용한 블로킹은 상대팀의 외국인선수도 버거워한다. 다른 센터와는 달리 사이드에서 큰 공격도 가능하다. 새로운 형태의 센터다.
이선구 감독은 “송이가 이번 시즌만 잘 버티면 일류 센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송이는 “힘들지만 감독님을 믿고 따라 가겠다”고 했다. 변신에 성공하면 한송이는 최초로 4번의 FA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그동안 선수생활로 번 돈으로 아파트도 장만했다. 강한 자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자가 강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