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란 전국 확산]
무상복지 논란이 다시 번지고 있다. 2011년 10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퇴장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등장을 불러온 지 3년여 만이다.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줄이려 하지만 교육감들은 무상급식 확대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교육감들은 6일 긴급회의를 열고 2, 3개월 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필요 예산은 ‘정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를 포함한 2, 3개 지역에선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예 편성하지 않을 예정이다. 여기에 보육뿐 아니라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를 현장에서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무상복지를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미 혜택의 달콤함을 알아버렸지만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 예산은 부족하다. 저마다 투표로 당선돼 자존심 강한 도지사와 교육감이 각자 정치적 이념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형국이다.
○ 누리과정 발등의 불은 껐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10월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가 6일 긴급회의를 거쳐 대부분 지역에서 일단 2, 3개월 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유치원 현장의 혼란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방안이 현실화돼도 3월 이후 교육감과 도지사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예산에 약간의 여유라도 있으면 모를까 지금도 빠듯해 그 이후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또 누리과정 지원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에 반대하는 교육감들이 순순히 자신들의 주력인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가면서 이 사업을 지원할 가능성은 더 낮다. 경기도교육청은 5일 전국 처음으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 누리과정 예산(유치원 교육비+어린이집 보육비) 중 어린이집 보육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 정도다.

‘홍준표발(發)’ 무상급식 논쟁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교육’ ‘학생’ ‘복지’라는 인화성 때문인지, 홍 지사가 문제를 제기한 지 보름 만에 여야와 정부도 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경남도는 이날 “경남도와 시군의 예산 지원이 없더라도 소득계층 상위 34%를 제외한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며 도교육청의 감사 거부를 도민과 도의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도 ‘세금급식’으로 바꿨다. 혜택을 받는 처지에서는 ‘무상’이지만 엄격하게는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까지는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급식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학부모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기준 연간 60만 원가량이다. 그러면서 ‘학교급식 되살리기 비상대책팀’을 출범시켰다.
○ 시장 군수는 “다 못해!”
하지만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때문에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기초지자체에서는 강력한 반발 움직임이 나왔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는 6일 경북 경주에서 총회를 열고 “더이상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예산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 중 105명이 이날 참석했고 80명은 위임장을 보냈다. 기초단체장들은 선언문에서 “주민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라 도로 보수 등을 줄여가며 복지에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방정부에 부담을 씌워 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국종합·대전=지명훈 mhjee@donga.com / 창원=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