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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老? NO!’ 김성근 감독

입력 | 2014-11-07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김응용 감독과 내 나이를 합치면 몇 살인가. 그 정도면 못 이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3년 만에 프로야구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이 지난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김 감독이 부임한 한화의 전임 사령탑이 김응용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72세, 김응용 감독은 73세다. 합쳐서 145세인 두 감독이 국내 프로야구에 남긴 발자취는 대단하다. 김응용 감독은 1983년 해태(현 KIA)에서 처음 감독을 맡은 이후 24시즌 동안 1567승(1300패)을 올렸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현 두산)를 시작으로 20시즌 동안 1234승(1036패)을 거뒀다. 33년 역사의 프로야구에서 1000승을 달성한 감독은 둘뿐이다.

삼성으로 팀을 옮긴 뒤 사령탑을 거쳐 구단 사장까지 올랐던 김응용 감독은 현장을 떠난 지 9년 만인 지난해 한화에 복귀했지만 팀은 올해까지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감독으로 한국시리즈에서 10차례나 우승했던 그가 일흔을 넘어 명예롭지 못하게 물러난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취임식에서 김응용 감독을 거론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는 “누구나 그렇듯 김응용 감독도 더 오래 남고 싶었을 것이다. 같은 야구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한화에 와 보니 김 감독이 2년 동안 정비를 잘해 놓으셨더라. 그걸 이어받아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내 사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 때 한 인터넷 언론에 ‘할아버지 보냈는데 영감님 부를 일이 있느냐’는 구단 관계자의 얘기가 실린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이 기사를 보고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세대교체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새로운 힘도 필요하지만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젊은 사람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질 수는 있어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끄집어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경험”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러니까 노력해야지. 깊게 파고들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해. 무엇보다 머리를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몸도 따라 움직이고 나이를 잊는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취임식이 있기 며칠 전, 한 국회의원의 노인 폄훼 발언이 이슈가 됐다. 논란의 장본인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지니 쉬게 하는 것이다. 1936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79세다. 정년이라는 제도를 왜 뒀나”라고 말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전에도 ‘혀’로 문제가 많았던 그 의원의 논리대로면 우리 나이로 73세인 김 감독도 현장으로 돌아와선 안 될 연배다. 물론 프로야구 감독은 정년이 없지만….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로도 제작된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 나온 구절이다. 김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나이를 먹으면 버림받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우리 세대에게 내가 희망을 주고 싶다.”

노익장(老益壯·늙어서 더욱 왕성함)을 운운하며 70대를 몰아세웠던 그 의원 같은 이들에게 김 감독은 진정한 노익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서러운 사람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벌써부터 내년 프로야구가 궁금하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