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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입찰 저가 경쟁…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검토를”

입력 | 2014-11-07 03:00:00

[2014 동아부동산정책포럼]건설업 선진화 방안 논의




6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2014 동아부동산정책포럼’ 1부 ‘건설업 선진화 방안’ 세션에서 토론자들이 전략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진행을 맡은 김태황 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과)와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석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이원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전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공(公共)공사 발주는 투자가치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당장 예산을 아낀다고 초기에 싼값에 공사를 맡기면 장기적으로는 국고(國庫)만 낭비할 수 있습니다.”

6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2014 동아부동산정책포럼’ 1부 ‘건설업 선진화 방안’ 세션에서 김한수 세종대 교수(건축공학부)는 “‘예산 절감’이 아닌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 공공공사 입찰제도를 혁신하면 국내 건설산업도 선진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공공공사 입찰제도는 예산 절감과 높은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와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업계의 이해관계가 부딪쳐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입찰제도에는 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제, ‘턴키 입찰’(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 등이 있다. 모두 가격경쟁이 핵심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입찰 담합, 덤핑 수주로 인한 안전문제도 저가 경쟁에 따른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담합은 다른 산업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양상과 다른 모습의 담합”이라며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가격경쟁으로 내모는 비정상적인 경쟁 환경이 건설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 “가치 극대화가 곧 예산 절감”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 교수는 영국 조달제도를 새로운 입찰제도의 모델로 제시하며 ‘투자가치의 극대화(Value for mone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최저가낙찰제 중심이던 공공공사 입찰제도를 1990년대 중반에 개편했다. 초기에 낮은 비용을 투입한 공공공사가 잦은 보수를 부르며 오히려 국민에게 사회간접자본(SOC)의 혜택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대안으로는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했다. 입찰가격뿐 아니라 기술력, 미적·기능적 특징, 환경, 운용비용, 사후 서비스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최고 가치를 제공하는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가치를 우선한다는 것이 비용 상승을 뜻하진 않는다”면서 “영국은 공공공사 조달제도를 혁신해 2011년 13.1%였던 예산 절감률을 올해 19.6%로 높였다”라고 말했다. 특히 예산 절감은 초기 투입비용을 줄인 것이 아니라 건설 과정과 준공 이후 낭비비용, 실패비용, 거래비용 등을 절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도 김 교수의 지적에 동의했다. 이원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저가 낙찰은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이점이 있어 보이지만 건축물의 생애주기를 감안하면 높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지어야 장기적으로 예산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저가 투찰 대신 기술력을 중시하도록 종합심사낙찰제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종합심사낙찰제 보완해야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현재 시범 실시하고 있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보완해 건설산업 선진화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공사 수행 능력, 입찰 가격, 사회적·책임점수 등의 합계가 가장 높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범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 역시 일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수원 호매실지구 B8블록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진행한 1차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에서는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그 결과 공사 낙찰가율(공사 예정액 대비 입찰에 성공한 업체가 제시한 입찰가)은 71.5%로 최저가낙찰제 평균 낙찰가율(73.0%)보다도 낮아졌다.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경제학과)는 “종합심사낙찰제는 ‘기술형 입찰제도’의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며 “가격경쟁이 시장 경쟁원리의 기본 원칙이긴 하지만 동시에 최고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사의 종류, 공법의 차이에 따라 기업들이 차별화된 수주전략을 내세울 수 있도록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위주의 입찰을 위해 발주기관이 융통성 있게 입찰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공공기관마다 발주 재량권이 있는데도 예산낭비 지적 등 사후에 생길 일에 책임지지 않기 위해 획일적인 입찰방식을 택하고 있다”면서 “발주기관이 공사 특성에 맞게 발주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기술을 가진 업체가 입찰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김태황 명지대 교수 △김한수 세종대 교수 △류훈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관리정책관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현대산업개발 사장) △박현일 삼성물산 전무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송석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시대복 포스코건설 부사장 △신영수 경북대 교수 △야마모토 가즈히코 모리빌딩도시기획 사장 △양혜석 대우건설 전무 △유재윤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윤성원 국토부 도시정책관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 △이병화 두산건설 부사장 △이영호 SK건설 전무 △이원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정병윤 국토부 국토도시실장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조명현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재생계획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용득 GS건설 부사장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전무

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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