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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오바마 vs ‘다스베이더’ 매코널… 정치궁합 맞을까

입력 | 2014-11-07 03:00:00

중간선거 이후 美정국 어디로
오바마 “켄터키産 버번 함께 한잔”… 매코널 “정치적 교착 끝낼것” 화답
NYT “공통점 거의없는 이상한 커플”
오바마, 공화당과 선택적 협력 시사… 매코널 “우물에 독 풀지 말라” 경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그의 지역구인) 켄터키산 버번(위스키)을 한잔하고 싶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 다음 날인 5일 백악관 기자회견 도중 “매코널 원내대표와 앞으로 자주 대화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사사건건 충돌해 온 매코널 원내대표를 향해 이런 말을 한 게 쑥스러운지 얼굴에는 잠시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카운터파트가 된 매코널 원내대표 간의 ‘정치 궁합’이 한동안 정국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끈 매코널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버번 회동’ 같은 이례적인 표현을 써가며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처럼 공화당과 부딪치기만 하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는 “매코널 원내대표와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손을 내밀겠다”며 세법 개정, 무역협정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견 전 매코널 원내대표와 통화하고 승리를 축하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도 이날 켄터키 주 루이빌대에서 회견을 열어 “워싱턴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겠다”고 말한 뒤 “앞으로 연방정부 셧다운(연방정부 잠정폐쇄)이나 디폴트(국가 부도)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국가가 무엇을 할지 의견이 다를 뿐 개인적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벌써부터 파열음을 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협력할 것은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추진해 온 핵심 이슈들은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 그는 “올해 안에 이민 시스템을 개선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며 행정명령을 통한 이민법 개혁을 천명했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도 “수정할 수는 있지만 넘을 수 없는 분명한 선이 있다”고 못 박았다. 일종의 ‘선택적 협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에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견에서 “우물에 독을 풀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괜히 이민법 개혁 같은 ‘독’을 의회라는 ‘우물’에 풀어 정치판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과연 두 사람이 공언한 대로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 외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며 ‘이상한 커플(odd couple)’이라고 규정했다.

별명이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 속 악역)인 매코널 원내대표는 합리적인 듯하면서도 가면 뒤에 숨은 것처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냉혹한 협상가로 유명하다. 주요 이슈에 결단력이 부족해 ‘햄릿’으로 통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매코널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속내를 알 수 없어 나중에 참모들에게 “도대체 매코널이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라고 물어봤다는 일화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매코널 원내대표와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 조 바이든 부통령 등 민주당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하기로 해 향후 미 정국 흐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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