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4대 종단(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성직자 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불교가 천주교를, 원불교가 개신교를 각각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에서는 원불교가 ‘맏형’격인 불교를 2-0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국가대표처럼 최정예를 선발한 것이 아니고, 결과론이지만 어쨌든 원불교가 축구 실력은 최강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대회는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해마다 열리며 종교인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우의를 돈독히 하는 화합의 장이 됐습니다.
첫 대회부터 단골 멤버로 출전해온 불교팀 주장 지담 스님(홍천 백락사 주지)은 경기에 앞서 “지난해 첫 경기에 패해 4위를 했다. 오늘은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과거에도 축구대회가 있었나 봅니다. 흥미로운 기록이 눈에 띕니다. 1974년 11월 5일자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코너에서는 종교인들의 축구대회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포오츠를 통해 종교 간의 반목과 대립을 없애자’는 슬로우건을 내건 전국 종교인축구대회에는 예수교대한감리회 불교 천도교 원불교 대종교 몰몬교 이슬람교 통일교의 여덟티임이 참가하여 묘기백출로 관중들을 웃겼다.”
더이상 언급이 없어 어떤 묘기가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대종교와 종교 간 갈등으로 애써 마주하지 않는 모르몬교(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 이슬람교 통일교가 참가한 것이 이색적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