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영화제 개막작 ‘노바디 오운즈 미’ 연출한 셸오케 안데르손 감독

영화 ‘노바디 오운즈 미’를 연출한 셸오케 안데르손은 국내에선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지명도 높은 감독이다. 서울에 대한 첫인상을 물었더니 “대도시엔 큰 관심이 없다. 시간이 된다면 호젓한 외곽의 풍경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4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난 스웨덴 영화 ‘노바디 오운즈 미’의 셸오케 안데르손 감독(65)은 친근한 동네 어르신 같은 생김새와 달리 달변가였다. 5일부터 열린 스웨덴영화제(주한스웨덴대사관·영화사 백두대간 주최)에 개막작으로 뽑혀 이날 입국한 그는 “김기덕 감독의 나라에 와 기쁘다. 조용한 주막에서 한국 술 한잔 마시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바디…’는 1970년대 엄마가 떠난 뒤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가는 아빠(미카엘 페르스브란트)와 다섯 살 된 딸의 결여된 삶을 그린 영화. 올해 스웨덴 최고의 영화제 굴드바게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토리에 비해 카메라의 시선은 담담했다.
―페르스브란트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진짜 알코올중독에 빠진 노동자 같더라.
“감독 입장에서도 고맙고 놀라웠다. 무용가 출신이라 온몸으로 언어를 내뿜는다. 작은 전율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어부로 살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친척이 있어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배우에게 자세히 지시하기보단 맡겨두는 편이다.”
―‘노바디…’처럼 아이의 시선에서 평범한 가족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많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인지 사회적 관계에 관심이 크다. 빈곤층 가족이 겪는 고통을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된다. 특히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사회가 다독여야 한다. 또 하나 어린이의 시선이 가진 장점은 균형감이다. 어떤 상황도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바라본다. 억지스럽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울림은 더 크다.”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건 맞지만 고통받는 이가 없을까. 현재 유럽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닥이다. 영화가 다룬 1970년대는 그나마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힘들어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며 사회의 균형을 잡아줬다. 요즘 세상은 자본의 논리만 우선시되며 극단에 치우치는 경향이 크다. 이 영화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가치를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면 바랄 게 없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