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개인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각종 정보 중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게 되며 모든 결정은 프로그램에 의지하게 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박영숙 외 지음·교보문고·2013년) 》
우리 주변은 각종 정보들로 넘치고 우리는 항상 정보에 접근할 준비가 돼 있다. 건널목의 빨간불이 파란불로 변하기 전, 음식을 주문해 놓고 기다릴 때,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도 손가락은 스마트폰 버튼을 누르고 있다.
개인들의 결정은 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와 온라인 카페에서 얻은 정보들에 크게 의존한다. “○○커피가 화제다”라든지 “학원은 △△학원이 제일 낫다”는 정보를 보면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고, △△학원에 아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져보면 개인의 선택 중 많은 부분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유의지로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왜 그리 많은 점집이 성행하겠는가. 미혼인 사람은 “다들 하는 결혼을 나만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에 왜 그리 시달리고, 아이가 없는 부부는 “아이 안 낳느냐”라는 질문에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자유의지’는 어쩌면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의지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인가에 따라 정해진다고 여러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IT 기기에 ‘결정내리는 과정’을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도 결국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 아닐까.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