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갇힌 무상복지]<上>‘무상 갈등’ 씨 뿌린 정치권
2014년판 복지전쟁은 여권의 ‘무상보육’과 야권의 ‘무상급식’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무상복지 논쟁이 보수 진보 진영의 혈투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념전쟁으로 덧칠된 무상복지 논쟁으로 우리 사회가 갈가리 찢기고 있는 양상이다. 대한민국은 또다시 무상복지라는 대형 미로(迷路)에서 길을 잃고 있는 것이다.
○ 공짜점심 거짓 공약으로 표심 구애한 여야
일방적으로 밀리던 여권은 2011년 건곤일척의 승부를 건다.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주목받던 오세훈 시장은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서울시장직을 건 채 주민투표에 넘겼다. 하지만 “대한민국 복지의 틀을 결정할 선거”라는 의미 부여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참패였다. 개표요건인 33.3%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5.7%의 투표율 탓에 개표함은 열리지도 못했고 오 시장은 이틀 만에 야인이 됐다. 흥미로운 일은 이 사건으로 ‘새정치’를 표방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이 야권의 간판으로 등장하는 등 정치판이 요동치게 된다. 이른바 ‘오세훈 나비효과’였다. 2014년판 복지 논란의 촉발자 격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공짜점심’의 위력을 확인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의 전가의 보도 격인 무상복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감한 ‘좌클릭’ 시도의 한가운데에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있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진 않지만 고교 무상교육 공약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 복지 논쟁도 ‘묻지 마’식 진영 다툼
한 가지 씁쓸한 것은 야야가 벌이는 논쟁이 복지정책의 본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표를 얻기 위해 선정적으로 내놓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진흙탕 싸움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복지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해묵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모두 보편적 복지일 뿐인데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생결단식 논쟁을 펼치는 것은 한심해 보인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복지재원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밀했다.
이현수 soof@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