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갇힌 무상복지]<上>무상보육 예산 편성 여론戰 확산 “법 근거 없는 무상급식 늘려놓고 법에 정한 누리사업 못한다 하나”
무상복지 논쟁에 침묵하던 청와대가 9일 입을 열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배정 거부로 촉발된 논쟁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누리과정 등 복지 예산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누리과정은 무상급식과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의무”라고 못을 박았다. 일부 지방교육청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인 누리과정의 예산을 2, 3개월 치만 편성하려고 하는 데 대해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교육청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가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이용해 반드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수석은 야당이 주도했던 무상급식과 선을 그었다. 그는 “무상급식은 법적 근거가 없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재량사업”이라며 “의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이 과다하게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상급식 예산이) 2011년 대비 (4년 만에) 5배 정도 늘었다. 의무적으로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은 예산을 대폭 늘리고 누리사업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겠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무상급식 때리기’에 나섰다. 누리과정은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태도이지만 야권의 지방선거 공약인 무상급식은 당장 파기는 아니더라도 재논의는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재벌 손자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현 제도는 오히려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작 주민을 위한 시급한 투자마저 가로막을 정도로 지방재정을 피폐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결국 무상복지 제도에선 지방재정의 악화를 막을 순 없고, 제도적 모순이 드러난 만큼 국민적 재논의가 절실하다. 합리적 복지제도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재개할 때”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공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누리과정은 유아교육법 등에 의거한 법적 의무사항이지만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도 아니며 법적 근거가 없는 지자체의 재량사업”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는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 / 베이징=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