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메구미 약물사망 파문] 日대법, 총련본부 건물 매각 6개월만에 돌연 확정 “재조사 합의직후 매각 일시 중단… 교섭 진전없자 강경론 돌아선 듯”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5일 도쿄(東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를 일본 부동산 기업인 마루나카홀딩스에 넘기기로 최종 확정하자 일본 기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과 납북자 재조사 문제를 한창 밀고 당기던 일본이 사실상 주일 북한대사관 역할을 해온 총련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법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왔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도쿄 고등법원은 5월 총련의 매각 불복신청을 기각했지만 매각 절차 진행을 늦췄다. 고법에서 불복신청을 기각하면 곧바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게 지금까지 관례였다. 총련이 특별항고를 하자 최고재판소는 6월 총련 중앙본부 매각 허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북-일이 납북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한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납치 문제 해결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가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했고 관도 없이 매장됐다는 증언이 나오자 “일본 대응이 강경 기류로 바뀐 이유를 납득할 만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납북자 교섭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정부 대표단을 북한으로 보냈으나 결국 ‘메구미 생존’의 확답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로선 악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대화와 압력,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메구미가 사망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속마음을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외교가에선 “일본 정부가 ‘반보 전진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일부 언론의 기대감이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이 ‘늦은 여름에서 이른 가을’ 사이에 하겠다고 약속한 납북자 1차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이유도 ‘허무한’ 조사 결과 때문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7, 8월 북-일 비밀접촉 과정에서 북한은 “납북자 중 생존자는 0명이다”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은 “그런 1차 보고는 필요 없다”며 통보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결국 “북한이 납북자 재조사에 1년은 걸린다고 통보했다”며 1차 보고에 대한 기대를 접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