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21세기 최고의 럭셔리 산업’은 농업이라더니…. 좋은 음식을 먹고 무병장수하고 싶은 건 인류의 꿈인 만큼 부(富)를 이렇게 쓰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가 “향후 20년간 농업 분야는 최고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까지 감안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부자여야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가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도시농부는 전국에 88만여 명(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5, 6년 전만 해도 소일거리로 농사짓는 어르신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가세하는 등 다양한 층으로 확산된 게 특징이다.
도시농부들에게 농사는 식품 조달 수단 이상의 의미다. 작물을 보거나 만지고, 향을 맡으며, 물 주는 소리를 듣고, 먹기도 하고…. 오감(五感)으로 행복감을 맛본다. 또 농사를 통해 ‘작은 성취’를 경험하거나 자족감을 느끼면서 일상에서 겪는 좌절감이나 우울감을 떨칠 수 있다. 운동도 된다. 밭에서 30분간 물 주기는 60Cal, 땅고르기는 150Cal, 풀 뽑기는 175Cal를 소모시킨다. 농사가 ‘애그로힐링(agro-healing·농업과 치유의 합성어)’ 혹은 ‘애그로테인먼트(agro-tainment·농업과 즐김의 합성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도시농부는 증가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백악관에 ‘키친 가든’이라는 텃밭을 만들어 수확한 농산물을 백악관 식재료로 쓰거나 기부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청와대에서 수확한 사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21세기 최고의 호사를 느끼는 법은 어렵지 않다. 부자나 대통령이 아니어도 된다. 심지어 땅이 없어도 된다. 작물이 심어진 ‘상자텃밭’을 보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지 않으니 일단 삽을 들고 상자 놓을 곳을 마련하면 된다. 베란다나 동네 공터에서 마음만은 ‘최고의 부자’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