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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맨유, 이제 시작”

입력 | 2014-11-10 03:00:00

K리그 3번째 제패 전북 최강희 감독
노장 김남일 영입 신구 조화 탄탄
亞챔스 등 10시즌동안 우승컵 5개
‘한국의 퍼거슨’ 야심 행보 이어가




3경기 남기고 헹가래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위)이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경기에서 3-0으로 완승하며 K리그 클래식 2014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전북은 승점 74로 2위 수원(승점 61)이 남은 세 경기를 다 이겨도 1위를 놓치지 않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우리 고향 분 오셨네요. 반가워요.”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55)은 전북 출신 기자들을 만나면 항상 이렇게 인사한다. 최 감독은 고향이 경기 양평이지만 소속팀의 지역인 전북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다. 2009년부터는 ‘봉동 이장’으로 불렸다. 소속팀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의 이장같이 느껴진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이장이 마을 주민들의 고민을 잘 찾아서 해결하듯 최 감독도 선수단을 ‘소통’으로 잘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이 ‘한국의 퍼거슨’이 될 기반을 잘 닦았다. 최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남은 3경기에 상관없이 K리그 클래식 2014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2005년 약체로 전락한 전북을 맡은 그는 그해 FA(축구협회)컵 우승,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2009년과 2011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0시즌 동안 5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 감독은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이끌며 리그 우승 13회, FA컵 5회 우승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는 얘기다.

최 감독은 한국축구가 2014브라질 월드컵 지역예선 탈락 위기에 몰린 2011년 말 국가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 전북을 ‘아시아의 맨유’로 키우기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거듭된 축구협회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대표팀을 맡아 1년 6개월 동안 지도하며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이후 “나의 임무는 월드컵 예선까지다”라는 자신의 말을 지키며 그는 전북으로 돌아왔다. 최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표팀 ‘외도’로 2005년부터 쌓아온 동력이 깨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전북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놨기 때문이다.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2011년 우승을 차지했던 최 감독은 이번 시즌엔 ‘공수 밸런스 축구’로 정상에 복귀했다. 전북은 12개 팀 중 최다 득점(57)과 최소 실점(20)을 기록하며 공수 모두에서 다른 팀을 압도했다. 특히 최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재활공장장’이란 명성을 이어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지만 선수생명이 다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남일(37)을 그는 올해 초 과감히 영입했다. 2009년 성남 일화에서 버려진 이동국(35)과 김상식(38)을 받아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듯 김남일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은 ‘중원의 싸움닭’ 김상식의 은퇴로 빠진 공백을 잘 메우며 전북의 탄탄한 수비라인 구축에 큰 힘을 보탰다. 최 감독은 이동국 김남일 등 노장과 한교원(24) 이재성(22) 등 신예를 조화시키며 팀 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은 이동국은 부상 전까지 13골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최 감독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어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에서 전북을 언제든 우승 가능한 팀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K리그 클래식에서 계속 우승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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