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9일 일요일 맑음. 세상 모든 드러머를 위하여. #131 Mr. Big 'Mr. Big' (1993년)
울지 않는 나쁜 남자, 팻 토피. 액세스이엔티 제공
지난주 일요일 저녁,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미국 록 밴드 미스터 빅의 콘서트에 갔다. 드러머 팻 토피(55)가 7월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밝힌 뒤에 여는 첫 월드투어의 한국무대다.
토피는 뜻밖에 무대 위에, 있었다. 그의 오른팔은 굳어져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젊은 대리 드러머가 폭발적인 리듬을 두드리는 동안 토피는 그 옆에서 탬버린을 치며 마이크에 대고 화음을 넣었다. 시종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내 가슴을 더 찔렀다.
내가 만나본 드러머들은 하나같이 밝고 가슴이 뜨겁고 의지가 강했다. 흔한 말로 ‘사지가 멀쩡’해야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영국 록 밴드 데프레파드의 드러머 릭 앨런(51)은 전성기 때 자동차 사고로 왼팔을 잃었다. 고작 스물한 살이었던 그는 상심에 빠졌다. 밴드 멤버들은 ‘함께 무대에 서자’고 했다. 위로가 아니었다. 왼팔이 할 일을 왼발이 대신 할 수 있는 특수 장치를 고안했다. 함께 앨범 녹음에 들어갔다. 팝 메탈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명반 ‘히스테리아’(1987년)가 그렇게 나왔다.
무대 뒤쪽에서 묵묵히 음악에 심장박동을 주는 드러머들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요절하는 대신 무쇠팔을 휘젓는다. 그들이 때로 사력을 다해 북을 두드리다가 고개를 돌려 마이크에 후렴구 코러스를 불어넣는 순간은 밴드 공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광경 중 하나다.
나는 울고 있는데, 그는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