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잊지 못할 말 한마디]말썽꾸러기 제자의 편지 중에서
정재학 시인·교사
때로 교육현장은 전쟁터 같을 때가 있다. 이곳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이 적지 않게 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수업시간에 한 교사를 밀치며 욕과 폭언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선도위원회가 곧 열렸다. 중학교는 의무교육과정이기 때문에 퇴학 처분이 없다. 학교에서 퇴학에 준하는 징계는 강제 전학이다. 나는 담임교사로서 그 아이를 내 손으로 졸업시키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내 생각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라는 곳을 영영 떠나버릴 것 같았다.
이후 무단지각이나 무단결석을 할 때마다 종례 후 학교에 남아 일기를 쓰게 하고,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나 돈가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안학교를 다닐 때에도 아이를 보러 찾아가고 대안학교를 빠지면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치기도 했다. 다행히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서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라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살면서 이런 칭찬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과분한 제자의 칭찬에 기쁘고 행복했다.
전에 고교에 재직할 때는 친구 같은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재직하면서 말썽꾸러기 제자의 편지를 보고 중학생에게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라는 편지의 문장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아버지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렇게 때로 선생님도 학생에게 배운다. 그늘진 가정환경, 고통스러운 인간관계, 힘든 경제적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10대만의 힘을 느낀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교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느끼고 괴로워하면서도 눈앞의 아이들을 보며 지치지 않고 힘을 내는 많은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이들이 희망이면 선생님들도 희망이니까.
정재학 시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