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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오래 나눌수록 친밀”… 韓中관계 ‘경제동맹’으로 격상

입력 | 2014-11-11 03:00:00

[베이징 APEC]한중, 중일 정상회담
韓-中 정상회담 의미




“자오칭라오겅친(交情老更親).”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는 두보의 시구를 중국어로 인용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친밀감의 표시이자 한중 관계의 내실화를 다지자는 의미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훈풍이 부는 한중 관계 앞에 놓인 새로운 장애물을 양국 간 우정으로 풀자는 바람을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중한 양국은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화답하며 30분간 한중 정상회담에 임했다. 대부분 사안에 공감했지만 미묘한 쟁점도 있었다. 중국 주도로 내년에 설립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문제였다. 두 정상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AIIB는 기존 다자국제금융기구와 보완적 관계”라며 한국의 참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금융질서와 충돌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참여를 설득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AIIB 참여에 반대하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AIIB의 설립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앞으로 (AIIB 참여를 두고)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24일 아시아 21개국 대표가 모여 AIIB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이 마냥 AIIB 참여를 미루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중 FTA 타결이 경제뿐 아니라 양국 관계의 심화를 의미하는 만큼 중국의 압박이 점점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도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현안이다. 이날 양국 정상은 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릴 각료급 및 실무급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는 THAAD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중(對中) 감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의 실질적 타결 외에 성과를 꼽으라면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시 주석이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힌 점이다. 시 주석은 10월 한국이 개최한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벼운 주제의 대화를 시작해 민감한 정치 외교 문제로 협력을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원자력 안전 문제를 첫 협력 이슈로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평화협력포럼에는 북한도 초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한마디로 우리의 핵 포기와 흡수통일을 노린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반공화국 합작품”이라며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히며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의 연내 개최 합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고 △북핵이 오히려 북한의 안보를 약화시키며 △북핵이 북한의 고립을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중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이재명 egija@donga.com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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