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한국경제 영향은
경제협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 외교적 협력 수준이 뒤처져 ‘정랭경열(政冷經熱)’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중 관계가 경제와 정치, 외교 협력이 동시에 강화돼 ‘정열경열(政熱經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중 FTA는 양국의 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한의 호전적 태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 확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억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다. 향후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으로 지난해 한국 총교역의 21.3%(2289억 달러)가 중국과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FTA에 따른 관세 절감 효과가 연간 54억4000만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9억3000만 달러), 한-EU FTA(13억8000만 달러)의 3∼6배 정도 크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국내 제조업체에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시아의 FTA 허브국으로 해외 투자를 끌어낼 교두보를 마련한 것도 성과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미, 한-EU FTA를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려는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북아 지역블록 강화 효과 기대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역내 블록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중 FTA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는 의미도 크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FTA 카드를 썼다”고 평가했다.
주변국들이 한중 FTA에 경계감을 나타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보다 한발 앞서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성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도하며 자국에 미칠 우려를 지적했다. 줘스자오(卓士昭) 대만 경제부 상무차장(차관)은 이날 “대만 산업에 큰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6개월 안에 중국과 상품무역 협정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 국회 비준까지는 갈 길 멀어
쌀, 자동차 등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고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관세를 10년간 유지하는 등 개방도가 낮은 FTA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