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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만난 日주교단 “마음속 깊이 반성… 사죄드린다”

입력 | 2014-11-11 03:00:00

韓日천주교교류모임 10일 ‘나눔의 집’ 방문




한국과 일본의 주교단이 10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광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전 여든아홉, 말은 해도 듣지 못해요. 옛날(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 맞아 고막을 다쳐 그래요. 천주교에서 교황님 만나게 해줘 고맙고, 이렇게 저희를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고 우리 문제를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이렇게 백발이 됐는데….”

10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인 ‘나눔의 집’. 김군자 할머니(89)의 말이 끝나자 짧은 침묵에 이어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일본 가톨릭 주교 10명을 포함한 한국과 일본 주교단은 할머니 7명이 짧은 소개와 함께 가슴에 맺힌 사연을 언급할 때마다 귀를 기울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유희남 할머니(87)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귀한 분들이 여기 오시게 돼 기쁘다. 일본어로 말해도 되느냐”고 말한 뒤 일본 주교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20회를 맞는 한일천주교주교교류모임은 사흘 일정에서 첫 행사로 나눔의 집 방문을 선택했다. 역사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첫 방문지를 이곳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천주교주교회의의 설명이다.

일본 오사카 교구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할머니들과의 대화에 앞서 인사말에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할머니들에게 끼친 상처와 고통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며 “일본 국민들이 역사를 바르게 볼 수 있도록 주교와 신부를 포함한 교회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 인천교구장인 최기산 주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일본 측에서 오사카 대교구장인 마에다 만요 대주교, 가고시마 교구장인 고리야마 겐지로 주교 등이 참석했다.

양국 주교단은 할머니들과의 대화에 앞서 추모 공간에 있는 할머니들의 빈소에 헌화한 뒤 역사관도 둘러봤다.

염 추기경은 “할머니들이 힘들게 가슴에 간직해 온 슬픈 사연 때문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오늘의 만남이 할머니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역사를 바로잡을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도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의 교훈을 잘 되새겨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주교교류모임은 1996년 양국이 공통의 역사 인식 속에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한일 교과서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일본 가톨릭회관 모임에서 시작됐다. 2004년 제10회 모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읽는 열린 한국사’를 펴내기도 했다. 올해 모임의 주제는 ‘국가주의를 뛰어넘는 복음적 삶’이며 토론회와 통일전망대 방문, 탈북자들과의 만남에 이어 13일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