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2015년 43% 늘어 2314명… 이공계 대학 “우수학생 뺏길 판”
“이러다 똑똑한 애들 다 빼앗길 판이라니까 글쎄….”
201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의과대학’이다. 입학 정원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레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1617명이던 의대 정원은 내년 43.1%(697명)가 늘어난 총 2314명(전국 36개 의대)이 된다.
최상위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대 진학의 최대 적기”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입학 관계자와 공대, 자연대 등 이공계 교수들은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자 ‘너도 나도 의대에 가자’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 심해져 학교와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질까봐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수험생들의 ‘의대 열풍’이 가뜩이나 떨어지는 일반고 학생들의 주요 대학 진학률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형사립고 등 자사고 강세 여파로 올해 서울대(46.7%), 연세대(49.9%)에서는 처음으로 일반고 출신 비중이 전체 신입생의 50% 이하로 떨어졌다. 서울대 공대 A 교수는 “학생 중 절반 넘게 이공계로 진학하는 과학고와 달리 일반고에는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며 “(의대 문이 넓어지면) 이공계로 진학하는 일반고 학생 비율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우려에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2005년부터 설립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대부분이 의대 학부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27개였던 의전원 수는 내년에는 16개로, 2017년에는 5개로 줄어든다. 그동안 의대·의전원 졸업자 간의 갈등과 생물학과, 화학과 등 일부 학과가 의전원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 격으로 파행 운영되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