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전 여는 건축가 승효상
“도시계획부터 조명-가구까지 건축은 전체를 꿰어야 완성”

건축가 승효상 씨가 디자인하고 목공예가 박태홍 씨가 만든 ‘수도원장 저탁(低卓)’. 톱니처럼 깎아 붙인 뒤 다듬어낸 다섯 부재의 이음매를 또렷이 노출시켜 장식적 디테일로 활용했다. 승 씨가 스케치를 전하면 장인이 상세도를 완성해 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에서 건축가 승효상 씨(62)의 가구전이 열린다. 그가 설립한 설계사무소 이로재의 25주년 기념전. 오프닝을 둘러보다 궁금해졌다. 알바르 알토,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등 인상적인 가구 디자인을 남긴 해외 건축가는 적잖다. 하지만 국내 건축가의 본격적인 가구 제작은 선례가 없다. 왜일까.

철물장인 최홍규 씨와 작업한 ‘과객 장의자’와 조명. 같은 맥락에서 조명전문가 윤병천 씨와 만든 가로등 디자인은 디자인 의장등록이 돼있다. 승효상 씨는 “서울 곳곳에 복제품이 보이지만 일단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고 했다. 서울옥션 제공
“그래픽 샘플을 적용하는 작업을 설계라 하기 어렵다. 프로젝트를 책임지기 시작한 뒤 모든 공간에 가구를 만들어 넣었다. 이번에 전시한 25점은 그 연장선 위 결과물이다. 함께한 4명 중 조화신 소목장만 지난해 문화재청의 전통가구 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소개받은 장인이다. 최홍규(철물전문가·서울 쇳대박물관장) 박태홍(목공예가) 윤병천 씨(조명전문가)와는 전부터 작업을 해 왔다. 철제 문고리마다 손잡이 밑에 일일이 내 서명이 박혀 있다.”
―의자에 앉으니 경기 파주출판단지 생각이 났다. 공간과 가구가 비슷한 결의 느낌이다.
“가구가 뭘까. 건축이 뭘까. 본질적 고민을 파고든 답 외에 건축가가 달리 내놓을 수 있는 게 있을까. ‘architecture(건축)’라는 단어의 후미는 그리스어 ‘tecton’에서 왔다. ‘형상을 축조해 만든다’는 뜻이다. 가구 작업으로 건축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다.”
―각 부재를 어떻게 결합했는지 쓰는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다.
―바람개비처럼 비껴 맞물린 탁자 다리도 재미있다.
“비슷한 디자인을 2005년 서울 동숭교회 카페에 썼다. 사람과 딱 마주 앉으면 어쩐지 불편하지 않나. 약간 엇갈려 앉는 것이 서로 좋다. 다리 뻗기도 편하고.”
―국내 건축의 큰 빈틈을 확인한 전시다. 가구 디자인을 산업화할 계획은 없는지….
“주체가 있다면 디자인을 제공할 의향은 있지만 스스로 일을 벌이고 싶진 않다. 결국 비용 문제니까. 건축가의 가구는 건축주와 협의된 부분에서 실현이 가능하다.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가구 전시를 하면 재미있긴 하겠다.” 02-39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