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경제에서 모든 참여자에게 일방적으로 긍정적인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는 경제 전반의 영향을 고려해서 정책을 기획하고 평가하여야 한다. 하지만 단통법의 경우 보조금의 수준이 어떻게 시장에서 설정될 것인지, 통신비가 얼마나 줄어들지, 제조업과 유통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물가나 경제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한 아무런 예측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회나 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경제정책과 규제를 만드는 와중에 체계적인 사전 연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도박과 같은 무모한 실험이라는 증거다. 이러한 분석이 없으니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이성적 판단도 불가능한 채, 정책당국마저 일부 이익단체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거나 기다려 보자는 궁색한 말만 하고 있다. 이는 전환기적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책임진 정책 당국의 일하는 방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대형유통점 강제 휴무제 또한 마찬가지다. 골목시장에 대한 실질적 영향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생산자의 손실과 고용, 소비자의 후생 등 어떤 영향에 대해 정책당국의 사전·사후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 반면에 우리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나치게 높고 계속적 부도로 중산층 몰락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이 인기 영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과 이익단체의 요구에 대해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아무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나 예측, 사후 영향평가 없이 정책당국이 국민경제를 놓고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 정책당국의 태만과 무책임성은 경제통계 관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료가 생략되는 곳이 빈번하다.
최근 행정부에 비해 의회 권력이 크게 강화되어 있고 표를 의식한 무분별한 규제의 유혹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정책당국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능력이 없이 정치권과 이익단체와 같은 수준이라면 국민경제를 놓고 얼마나 더 위험한 도박을 할지, 이런 공무원들과 정책연구소에 왜 세금으로 월급을 주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