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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다음엔 무슬림… 세계 관광시장 ‘큰손’ 모시기 치열

입력 | 2014-11-12 03:00:00

관광업계 맞춤서비스 강화




“침(鍼)을 맞으면 얼굴 뾰루지가 없어지나요?”

차도르를 쓴 말레이시아 단체관광객 40여 명이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았다. 피부·비만 관리 등 한방진료를 통해 ‘K뷰티’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 말레이시아 지사가 수개월간 노력해 처음으로 유치한 한방의료 단체관광객이다.

중국인에 이어 세계 관광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관광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들은 중국인 의존도가 큰 국내 관광업계가 ‘포스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발굴 중인 차세대 고객들이다.

관광업계는 우선 방한 무슬림 관광객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49만9608명으로 2010년(27만3220명)에 비해 82.9%나 증가했다. 올해 방한한 무슬림 관광객은 55만99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서는 말레이시아(20만7707명)와 인도네시아(18만9189명) 관광객이 가장 많다. 업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아랍권과 카자흐스탄, 터키 등 아시아 국가들을 성장잠재시장으로 꼽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들의 수는 아직까지는 중국 일본 관광객 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1인당 지출액이 많은 VIP급 관광객이 다수라는 점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에 온 UAE 관광객이 1인당 의료비에 지출한 돈만 1267만 원에 이른다. 카자흐스탄(1인당 364만 원)과 인도네시아(〃 227만 원) 의료관광객의 지출 수준도 중국인 의료관광객 평균(169만 원)보다 크게 높다.

이런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국내 관광업계는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호텔·외식 업계는 일찌감치 무슬림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관광지 인근 식당들은 ‘할랄’ 인증을 앞세워 무슬림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락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생산·가공된 식품을 뜻한다. 할랄 음식은 돼지고기나 알코올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닭이나 소를 도축할 땐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칼로 정맥을 끊어 단번에 도살해야 한다. 현재 전국에는 90여 곳의 할랄음식 취급 식당이 있는데, 이 중 한식당도 40여 곳이나 된다. 서울, 강원, 제주, 부산 등에 있는 이 한식당들은 이슬람 율법에 맞춰 조리한 고등어구이나 회, 된장찌개, 해물찜 등을 내놓고 있다.

일부 호텔은 이슬람권 국가의 국제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별도의 기도실을 만들고 호텔 객실 내에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배치하고 있다. 국제행사가 열리는 연회장 옆에 기도 전 손발을 씻을 수 있는 세정시설과 함께 메카의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나침반과 카펫을 준비하는 식이다. 이런 노력으로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지난해 이슬람권 국가 투숙객이 2012년에 비해 1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무슬림 관광객이 늘고는 있지만 맞춤형 인프라가 부족해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관광공사의 정기정 아시아·중동팀장은 “한류 영향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좋아져 무슬림 유치에 유리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기도 시설이나 할랄 음식점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우리 관광업계가 무슬림 관광객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더 키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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