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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 정치권 압박에 ‘뒤엉킨 주파수’

입력 | 2014-11-12 03:00:00

700MHz 주파수 정책 오락가락




미래창조과학부가 11일 공청회에서 ‘700MHz 주파수대역 할당계획 전면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부는 오랫동안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700MHz 대역을 할당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확고하게 밝혀 왔다. 지상파 UHD 방송은 아직 글로벌 표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데이터통신 폭증으로 통신용 주파수를 하루빨리 추가 할당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전파 효율이 좋아 ‘황금 주파수’라고 불리는 700MHz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700MHz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한 사례는 전무하다. 보편적으로 이 대역은 통신용으로 쓰이고 있다.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700MHz 대역으로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는 이미 50개를 넘었다. 미국 일본 호주 대만과 동남아시아 및 남미 국가들이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한국 정부도 2012년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미래부가 이런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과 국회가 워낙 거세게 반발한 탓이다. 이들은 “5세대(G) 통신이 2020년 상용화하면 6GHz 이상의 고주파수 대역이 쓰이므로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모바일 트래픽 급증으로 통신용 주파수가 2020년이 아니라 당장 확보돼야 하는 긴급한 상황을 애써 외면한 주장이라고 분석한다. 이날 공청회에 나온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이동 통신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 이미 사용자 밀집지역에서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끊김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당장 활용 가능한 700MHz 대역의 이동통신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시장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내년에 700MHz 대역이 경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주파수 계획을 짜던 통신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주파수심의위원회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최종 할당하기까지 정치권 압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해도 지상파 방송사라는 일부 이익집단 때문에 미래부가 국민의 보편적 통신서비스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꼴이어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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