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FTA 비경제적 가치도 찾아야 안보 등 다른 분야 양국 협력 계기로 벤처·가공 농식품업 전략적 육성…中진출 기업 유턴 유도-일자리 창출…원貨-위안貨 대금 결제도 과제 韓美 FTA 반대 주장 공허함 드러나…개방이란 자극은 경쟁력 향상 동력
배인준 주필
그제 ‘실질적 타결’이 이루어진 한중 FTA가 황 씨의 관측에 부합할지는 미지수지만 한중 관계가 더 긴밀한 단계로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이를 계기로 정치안보 분야 등에서도 관계 확장을 모색한다면 한중 FTA는 대북 관점에서도 의미가 생길 것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와 함께 한중 군사정보협정, 안보회의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한다.
국가 간 관계는 국익의 초점이 서로 다르지만 윈-윈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외교요 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FTA 타결을 서두른 감이 있다. 중국은 경제적 효과보다 지정학적·정치적 효과를 더 크게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익 교환에서 우리가 제 몫을 챙기려면 박근혜 시진핑 두 지도자가 함께 웃었던 그제의 FTA 합의 의사록 서명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2년 전 통계로 중국 인구 중에는 연(年) 5만 달러 이상의 가처분 소득자가 5000만 명을 넘는다. 이들은 식품 안전성에 관심이 매우 높다. 중국 채소는 아무리 씻어도 황사가 없어지지 않는다. 1차 농축수산물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많다. 일부는 블루오션이다. 중국 서민층에도 한국 분유가 불티나게 팔린다.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점은 우리 농축수산업과 가공식품산업에도 축복이 될 수 있다. 지원 효율이 낮은 종래 방식의 농업 보호대책에서 시야를 넓히고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농업 피해 주장이 격렬했지만 현재까지는 과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산 체리가 좀 많이 들어온다고, 국내 요인이 아닌 미국 요인 때문에 우리 과일이 안 팔리지는 않는다. 미국이 한미 FTA 비준과 연계해 추진했던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정부를 초기에 반무력화(半無力化)시킨 ‘광우병 대소동’의 빌미가 되었다. 하지만 그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산과 수입산의 시장 점유율은 반반으로 거의 같다. 국산 쇠고기의 품질은 더 좋아졌다. 공산품이건 다른 상품이건 대부분의 경우, 개방이라는 자극은 국내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었다.
한미 FTA 반대세력은 마지막 이유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들어 ‘경제주권 상실’ 등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한미 FTA 때문에 우리가 그런 소송을 당한 예는 없다. 팥죽 끓듯 하는 국내 규제를 정비하고 투자환경을 투명화하는 것이 장기적 국익을 위해 긴요한데, 그런 점에서 ISD는 오히려 활용할 제도다. 1차적으로 중요한, 한미 FTA의 수출 효과는 큰 흐름의 여러 통계로 확인된다.
앞으로 한중 FTA에서는 중국이 제도 개선을 시사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진출 확대를 위한 후속 노력을 강화할 일이다. 무역대금 결제를 달러에서 우리 원화(貨)와 위안화로 전환해서 결제 비용을 줄이고, 원화의 힘을 키우는 것도 이번 협상에서 못 이룬 과제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