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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50명 넘는 배우 중 ‘신의 한수’는? 캐스팅 조건 보니…

입력 | 2014-11-12 16:59:00


tvN 드라마 '미생'의 성공에는 캐스팅도 한몫했다. 20부작 미니시리즈인 미생에는 엑스트라급 단역을 제외하고도 50명이 넘는 배우가 등장한다. 웬만한 사극보다 많다. 주연급 배우를 정한 뒤 필요할 때마다 조연을 뽑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미생은 올 4월 본격 캐스팅을 할 때 조연 배우를 함께 선발했다.

연출자인 김원석 PD는 캐스팅에서 연기력은 물론 '원작 만화와 최대한 닮을 것' '배우가 아닌 진짜 회사원 같을 것'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고, 미생의 최길홍 캐스팅 디렉터는 이 조건을 맞추느라 "스트레스성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했다.

●'신의 한수' 캐스팅-김대리와 한석율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 김 대리 역의 김대명(34)과 장그래의 동기 한석율로 나오는 변요한(28)은 특히 캐스팅에 공을 들인 배우다. "시청자가 신선해할만한 얼굴을 찾던" 제작진에게 대중적으로 낯설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원작 캐릭터와 닮은 이들은 조건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극중 원인터내셔널의 모델이 된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로부터 "거래처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소름 돋을 만큼 회사원 같다"는 평가를 받는 김대명은 임시완보다 먼저 캐스팅 됐다. 이성민이 주연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조연으로 나왔던 그는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제작진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김 대리의 넉넉한 풍채와 대비돼 "반전매력을 풍기는 점"도 가산점을 받았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다.

한석율 역의 배우 캐스팅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0대 중후반 배우군을 샅샅이 훑었지만 코믹하고 가볍고 대기업 신입사원 같아 보이면서 위화감을 주지 않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변요한은 수백 명의 배우 오디션 끝에 발굴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영화 '감시자들'과 30편이 넘는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미생이 그의 첫 드라마이다.

●'말없이' 연기하는 다른 팀 직원들

드라마의 배경은 직원 수 2000~3000명인 대기업 상사. 제작진은 조직도를 짜고 필요한 인물을 추렸다. 드라마에는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 외에도 여주인공 안영이(강소라)가 근무하는 자원팀, 장백기(강하늘)의 철강팀, 한석율의 섬유팀은 물론 다채로운 팀의 조직원들이 출연한다.

이들 중엔 연극계와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가 많다. 단 한 회만 출연하는 배우도 원작 그림과 프로필 사진을 일일이 대조해 캐스팅한 덕분에 드라마에는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가 자주 나온다. 6회에 출연한 IT영업팀 박 대리 역의 최귀화(36)는 드라마가 끝난 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찍고 있어 스케줄 조절이 어려웠지만, 제작진은 원작 캐릭터와 꼭 닮은 그를 출연시키기 위해 드라마 촬영 일정을 조정했다.

'말없이' 고생하는 배우들도 많다. 영업3팀 옆 팀인 영업2팀 배우들이 그렇다. 이재문 tvN PD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별 대사 없이 하루 종일 키보드를 치거나 전화를 받는 역할도 엑스트라가 아닌 실제 배우를 썼다"면서 "영업3팀을 찍을 때마다 자연스레 영업2팀이 드러나다 보니 매 촬영마다 2팀 배우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연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