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들 잇달아 복제약 준비… 리베이트 등 불법영업 우려 높아
매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통상 20년)이 다음 달부터 내년까지 잇따라 종료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약 4200억 원 규모의 ‘제약업계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운동선수들이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FA 제도처럼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의 수많은 복제약이 쏟아질 것을 빗댄 말이다.
수십 개 제약사는 벌써부터 제너릭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면서 ‘피 튀기는 영업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너릭은 특허를 내고 최초로 개발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품질, 안전성, 효능이 동등한 복제 의약품으로 제약협회에서는 ‘특허 만료 의약품’으로 부르길 권장하고 있다. 약효 차이가 없는 제너릭의 특성상 결국은 영업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병원 처방 의약품은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없어 제약사들이 의사나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의 불법 영업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7월부터 시행됐지만 제약사들이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사들은 ‘제2의 팔팔정’을 꿈꾼다. 한미약품의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은 지난해 5월부터 오리지널인 비아그라를 넘어섰다. 팔팔정의 올 3분기(7∼9월) 처방액은 63억 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9% 성장한 반면 비아그라의 올 3분기 처방액은 28억 원 규모로 부진했다.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제너릭으로 성공을 거두긴 쉽지 않다. 업계는 현재 생산과 연구개발을 하는 제약사가 300∼400개 정도 될 것으로 보는데 대부분이 제너릭으로 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너릭이라도 의약품 형태나 품질에 차별화를 두는 개량 신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의사나 약사 소비자 모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제너릭이 너무 많다. 결국은 영업 전쟁이 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업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