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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일본 경제를 이끄는 한국 DNA

입력 | 2014-11-13 03:00:00

소프트뱅크와 라인의 공통점은… 공격투자-장인정신 이상적 결합




조인직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일본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두 가지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정보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이다.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82조 엔(약 779조 원)으로 도요타(약 200조 엔)에 이어 일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했던 2006년 당시만 해도 크게 존재감이 없던 소프트뱅크는 애플의 아이폰을 일본에 독점 공급하면서 급성장했다.

급기야 2013년 9월부터는 시총 기준으로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를 넘어섰다. 지난달 알리바바 상장 당시에는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평가상 투자이익으로만 5조 엔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소프트뱅크가 현재 일본의 자존심이라면 라인은 미래의 희망이다. 비록 연내 상장 추진계획을 최근 공식적으로 접었지만 올해 일본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라인은 일본 언론 보도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라인 이용자 5억6000만 명 가운데 일본인은 5700만 명. 하지만 일본 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체 6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카카오톡(3700만 명)에 맞먹는 위상이다. 라인은 최근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결제시스템 도입을 선언해 수익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소프트뱅크와 라인의 공통점은 ‘한국계 회사’라는 것이다. 일본 사업법인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거시전략 수립과 최종 의사결정의 주체가 한국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손 회장의 공격적이고 대륙적인 인수합병(M&A) 스타일을 두고 일본 금융계에서는 공공연히 “한국계라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라인의 수많은 인기 캐릭터는 일본 개발자들이 만들었지만 모바일 메신저 프레임 자체를 도입한 건 모회사인 네이버다. 전문가들은 공격적 마인드를 지닌 한국계 경영자와 ‘장인정신을 가지고 정해진 길을 걷는’ 일본 실무진의 결합이 이상적인 성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악화로 정체기에 접어든 지 오래인 한국 제조업이 동남아나 중국 대신 일본 진출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고려해볼 시점이다. 마침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추세적 엔화 약세가 예견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사모펀드(PEF)는 일본 기업 인수나 지분 출자를 통해 적극적인 ‘경제 영토 확장’을 모색해봄 직하다.

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