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 혁신 밑그림 마련]25개 항목 개선안 살펴보니 ‘병영생활 도움제도’로 이름 바꿔… 가혹행위 방지 여러 대책 내놨지만 ‘軍지휘권은 보장해야’ 단서 붙여… 복무연장 땐 80만~100만원 월급 현행 유급지원병 제도와 유사
《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8월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내놓은 병영혁신안은 총 25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장병 인권 보장을 위한 방안은 6개 항목으로 가장 많지만 병영 폭력을 근절할 획기적인 조치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오고 있다. 》
병영혁신위는 병영폭력과 부조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병영혁신위는 보고서에서 혁신 방향과 관련해 ‘군내 인권 보장 강조에 따른 지휘권과 기강 약화 우려 불식’도 주요 구상안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군 지휘권 보장 등 군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군 사법제도의 경우 ‘개혁’이 아닌 현행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 군사법원이 정한 형량을 지휘관이 임의로 낮출 수 있도록 한 ‘지휘관 감경권’과 일반 장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심판관 제도’는 폐지가 아니라 개선하기로 병영혁신위는 의견을 모았다. 현재 사단급 부대까지 설치된 군사법원을 분리해 국방부 직속으로 둬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1∼2% 취업 가산점 부여 논란
우수 군 복무자에게 취업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마련됐다. 일반전방소초(GOP) 부대에 근무하거나 우수 분대장으로 선발된 병사에 대해 복무 성적에 따라 취업 시 총점의 1∼2%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것. 1999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군 가산점제의 ‘부분 부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군은 병사들이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발생한 기회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군 가산점제 부활을 적극 추진해왔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는 제대군인 취업 시 가산점제를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내 의견 조율이 힘들고, 여성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불발됐다. 군 관계자는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여성가족부조차 군 가산점의 위헌 소지로 난색을 보이고,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아 제도 시행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범병사에게 분대장 직위와 월급(80만∼100만 원)을 주고 2∼6개월 복무 연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인성과 능력이 검증된 우수 병사를 본보기로 삼아 병영 부조리를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근본 처방이 아닌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병 복무기간 단축 이후 월급(136만∼196만 원)을 받고 군 복무를 연장하는 유급지원병 제도를 본뜬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 폭행하면 무조건 ‘구속’
군인복무규율의 주요 내용을 법률로 격상시키는 제안이 눈에 띈다. 장병들이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와 의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아예 ‘군인복무기본법’으로 명문화하자는 내용이다. 병영혁신위는 아울러 반(反)인권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수사 원칙 등을 내세워 병영폭력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대 내에서 장병들이 폭행하다가 적발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는 형사 입건돼 처벌받는다.
장병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하는 별도의 기관 설립은 새로운 요소다. 자살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장병들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해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