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이 드라마 리얼리티 1등공신

원작 캐릭터와 유사성은 ‘미생’ 배우 캐스팅의 첫 번째 조건이었다. 제작진은 “원작 만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다.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만화 속 인물을 그릴 때 관상까지 살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위에서부터 한석율 역의 변요한, 김 대리 역의 김대명, 선 차장 역의 신은정. CJ E&M 제공
연출자인 김원석 PD는 캐스팅에서 연기력은 물론이고 ‘원작 만화와 최대한 닮을 것’ ‘배우가 아닌 진짜 회사원 같을 것’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고, 미생의 최길홍 캐스팅 디렉터는 이 조건을 맞추느라 “스트레스성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했다.
○ ‘맞춤 캐스팅’ 김 대리와 한석율
극 중 원인터내셔널의 모델이 된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로부터 “거래처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소름 돋을 만큼 회사원 같다”는 평가를 받는 김대명은 임시완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주인공 오상식 과장 역의 이성민이 주연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조연으로 나왔던 그는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제작진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김 대리의 넉넉한 풍채와 대비돼 “반전매력을 풍기는 점”도 가산점을 받았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다.
한석율 역의 배우 캐스팅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0대 중후반 배우군을 샅샅이 훑었지만 코믹하고 가볍고 대기업 신입사원 같아 보이면서 위화감을 주지 않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변요한은 수백 명의 배우 오디션 끝에 발굴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영화 ‘감시자들’과 ‘우는 남자’ 등 1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미생이 그의 첫 드라마이다.
만화와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은 조연들. 사진 위로부터 박 대리 역 의 최귀화, 재무부장 역의 황석정. tvN 화면 캡처 위즈덤하우스 제공
드라마의 배경은 직원 수 2000∼3000명인 대기업 상사. 제작진은 조직도를 짜고 필요한 인물을 추렸다. 드라마에는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 외에도 여주인공 안영이(강소라)가 근무하는 자원팀, 장백기(강하늘)의 철강팀, 한석율의 섬유팀은 물론 다채로운 팀의 조직원들이 출연한다.
‘말없이’ 고생하는 배우들도 많다. 영업3팀 옆에 있는 영업2팀 배우들이 그렇다. 이재문 tvN PD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별 대사 없이 하루 종일 키보드를 치거나 전화를 받는 역할도 엑스트라가 아닌 실제 배우를 썼다”면서 “영업3팀을 찍을 때마다 자연스레 영업2팀이 드러나다 보니 촬영 때마다 2팀 배우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연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